내용요약 파산법조계 "기업가치 재 평가 위한 재신청도 가능"

 

사진=연합뉴스

도료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지난 2016년에 A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지난해 B법원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A법원의 조사위원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향후 영업이익이 적을 것으로 법원에 보고했습니다. 조사보서에 따르면 회사는 5년 전 임직원 70명에서 회생 신청 즈음 약 20명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는데, 조사위원은 과거 5년간 지출된 인건비를 기계적으로 평균을 냈습니다.  조사위원이 인건비가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채 기업가치를 평가해 회사는 법정관리를 더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고육지책으로 관할을 바꿔 법정관리를 다시 신청했지만 이번에도 A법원과 같은 결과가 나올지 걱정입니다. -본지 제보사례-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앞둔 기업이 법원을 정하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연입니다. 

4일 회생법원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해양 구난 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 대해 법원이 곧 대표자를 심문합니다. 

언딘은 지난 2014년 침몰한 세월호의 초반 수색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특혜시비로 문제가 불거진 바 있습니다. 법정관리를 위한 회사의 회생신청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2016년 수원지법, 2017년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받았지만 회생에 실패하고 지난달 다시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이렇듯 법정관리는 관할변경과 재신청이 가능합니다.

기업의 채무를 조정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법정관리 절차는 채무자회생법을 기준으로 진행되지만, 법원마다 운영 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법원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이유입니다. 

법정관리 절차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을 때는 법원마다 법정관리 운용 편차가 심했습니다. 이 때문에 긴급을 요구하는 법정관리 절차에서 조금이라도 빠른 판단을 받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일부러 수도권 지역의 법원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법정관리의 운영상 편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법원마다 특화된 부분은 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국내 유일의 도산전문 법원으로 법정관리 절차의 새로운 구조조정 기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회생법원은 피플랜 절차(P-plan)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회생절차에 스토킹 호스 M&A를 접목하기도 했습니다. 또 회생법원은 상환우선전환방식의 회생계획을 고안해 경영권 확보를 위한 법정관리 기법을 내놓는 등 명실상부 법정관리의 메카로 자리 잡았습니다.  

창원지방법원은 성우엔지니어링을 통해 국내 첫 사전협상회생계획안 법정관리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사전협상 회생계획안은 피플랜에 이르지 못한 단계의 법정관리로 회생신청 후 개시결정 사이에 채권자와 협의를 걸쳐 회생계획안을 완성하는 법정관리 방법입니다. 절차의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은 특히, 최근 어려워진 조선기자재 산업 계열의 기업에 많은 구조조정 케이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성동조선이 이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의 경우 최단기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미주제강의 회생절차를 약 45일만에 완료시키면서 최단기 법정관리 기록을 남겼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재판부(재판장 전대규 부장판사) 사전회생계획안이 접수되기 전 주채권자인 유암코와 채무자 회사를 직접 만나 사전상담(면담)을 통해 회생 계획과 투자자 유치 여부를 조율해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사례와 같이 기업의 가치평가를 다시 받기 위해 법원을 바꾸는 경우 것도 구조조정의 전략이라는 것이 파산법조계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법정관리에 앞서 법원마다 차이를 면밀히 파악해 관할을 정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윤준석 변호사(김박 법률사무소)는 “법정관리의 관할법원은 주된 사무소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정한다”면서도 “그 밖에 영업소, 사업소, 회사의 재산이 있는 곳도 예외적으로 관할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또 “의정부, 수원, 강원도 지역의 회사도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며 “회사의 산업적 특색을 고려해 관할을 선택적으로 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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