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제로페이 홍보물. /사진=이승훈 기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지난달부터 제로페이 시범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제로페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 취지는 명확하지만 소비자의 이용을 유도해야 완성적인 서비스와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높은 만큼 오프라인에서 결제습관 변화를 이끌어야 하고, 사업자의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혁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 또한 뒷받침 되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사업이다 보니 민간 시장 침해 우려와 유연성 저하 문제도 극복해야한다. 향후 정부가 여러 금융기관이나 간편결제 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 유인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제로페이가 풀어야 할 과제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제로페이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편의성이나 혜택 측면에서 이용자의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알리페이의 경우 기존에 중국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결제 편의성과 안정성을 담보하여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의 결제 인프라 수준과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카드 대신에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할 유인이 크지 않다.

신용카드는 우리나라 세법상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이 사실상 의무화 되어 있는 등 지급 수단으로서 현금과 거의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또 현행 지급결제 시장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나 소득공제 제도 등으로 인해 신용카드가 상당수 점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수준의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 면에서도 아직까지 신용카드가 더 매력적이다. 제로페이는 소득공제 40%, 지자체시설물 이용 할인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카드사가 제공하는 여행, 공연, 외식 등 분야에서의 다양한 마케팅 혜택과 비교할 때 소비자에게 실효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이승훈 금융산업부 기자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가맹점이 결제수단을 권유하거나 포인트 적립이나 혜택을 다르게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점도 제로페이의 경쟁력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보고서는 제로페이 서비스 운영의 비용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금융결제원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는 제로페이 통합 플랫폼의 초기 설치비용은 39억원으로 이후 매년 운영비용이 35억원씩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가맹점 확보와 관리 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운영 주체간에 이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사업자의 결제서비스나 수익모델이 있어 혁신이 없다면 향후 공공성 훼손이나 서비스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제로페이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 영역이 침해 되고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도 극복해야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민간 영역에서 직접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한계, 과도한 재정 투입, 행정력 낭비, 그리고 민간 영역 침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기 때문이다.

과거 신용카드 인프라 설치에 VAN사가 가맹점 모집 및 관리를 담당했지만 제로페이는 중간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서울지역 중심으로 실시하는 시범사업에서 소상공인에게 서울 25개 구청 민원실과 동 주민센터, 시설공단 등에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등 지자체의 예산과 행정력을 이용하여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술혁신과 경쟁의 저해 가능성도 제기됐다. 간편결제의 기술로 근거리무선통신방식(NFC), 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MST), QR코드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QR코드 기술 중심 지원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결제 산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기반 마련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또 통합플랫폼 구축을 위해 참여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방안이 적극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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