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틴(좌), 허셉틴(우)/사진=연합뉴스, 로슈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올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50여종의 미국·유럽 특허가 줄줄이 만료되며 시장 선점을 위한 바이오시밀러(복제 바이오의약품) 전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 중에는 ‘아바스틴’, ‘허셉틴’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포함돼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6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역대 가장 많은 50개 바이오 신약 특허가 만료되면서 300여 개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특허가 만료되는 제품 중에는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의약품들도 다수 포함돼 많은 바이오 업체들이 자사 바이오시밀러를 들고 시장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올해 27조원 규모 성장 전망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합성 의약품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적으면서 약가는 오리지널보다 낮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6조7000억원에서 올해 약 2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 등 의약품 개발 업체들도 바이오시밀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은 적게 들면서 합성 의약품보다는 약가가 비싸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 전세계 매출 1위인 애브비 ‘휴미라’의 경우 2017년 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위인 ‘엔브렐’은 약 9조3000억원 3위 ‘레미케이드’는 8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허셉틴·아바스틴 등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우수수'

이번에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의약품 중 규모가 큰 제품은 스위스 로슈의 ‘허셉틴’과 ‘아바스틴’이 있다.

허셉틴은 유방암·위암 치료제로 연간 약 8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이다. 오는 7월 특허가 만료되는 미국 매출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셀트리온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들고 미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쥬마 판매 허가를 받았다. 허쥬마의 경쟁 상대는 화이자 ‘트라지메라’, 암젠·엘러간 ‘칸진티’, 바이오콘·밀란 ‘오기브리’ 등이 있다.

또 다른 블록버스터 의약품 아바스틴은 대장암, 직결장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에 쓰이는 약물로 2017년 약 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바스틴 시장을 잡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유럽의약품청(EMA) 품목 허가를 받는 등 출격 준비에 나섰다. 암젠은 지난해 1월 EMA로부터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엠바시’의 품목허가를 마쳤다.

화이자도 최근 EMA로부터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자이라베브’에 대한 허가권고를 받았다. 허가권고를 받으면 보통 2~3개월 내 최종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국내 대표 바이오의약품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말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부터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백혈병 치료제 '아르제라', 인슐린 주사제 '레베미르',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 등도 미국과 유럽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가격 경쟁 치열…수익성 악화 우려도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판매하는 기업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가 과하게 쏟아져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너도나도 약가를 내리면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매출 1위 휴미라의 유럽 특허가 만료되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 암젠, 산도스, 마일란 등 6개사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내놨다. 최근에는 화이자 제약도 여기에 가세했다.

바이오시밀러가 속속 출시되자 애브비는 휴미라의 유럽 약가를 최대 80% 인하하는 ‘초저가’ 전략을 내놓으며 자리 지키기에 나선 바 있다.

바이오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들은 보통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데 시장을 선점한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를 지나치게 낮추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지 파트너사 등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를 낮춘다고 점유율 확대가 무조건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휴미라의 초저가 공세에도 독일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 60% 이상을 점유하며 순항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도 좋지만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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