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국내 증시가 새해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기됐던 경기 둔화 우려가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가시화하자 글로벌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당분간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는 1950~2080이다. 지난 4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51% 하락한 2010.25에 거래를 마감했다.

◆ 증시 부진 원인 변화…대외 불확실성에서 ‘기업 실적’으로

국내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당시에는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요인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새해 들어서는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이후 주가 조정의 주된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었다”며 “반면 12월 이후 실적이 주가의 핵심 변수로 등장해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에 따른 주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증시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는 42조원으로 4주전보다 7.3% 떨어졌다. 특히 4분기 실적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망치를 밑도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4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전망치보다 5조원(24%) 가량 낮은 수준이었다”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역시 40조원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반도체 기업 실적 악화…주가 추락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관련 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장 예상치가 연일 하향 조정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종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12.6%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16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4일 기준 시장 예상치는 13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또한 지난해 10월 6조원에서 이달 들어 5조4000억원까지 낮아졌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기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장중 3만6850원, 5만6700원까지 하락하며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썼다. 특히 국내 증시 시가총액을 지탱하는 반도체주(株)가 무너진다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선 연구원은 “주도주 역할을 담당했던 반도체 업종은 시장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크다”며 “반도체 업종의 센티먼트가 나빠지면서 이익 매력도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단 시간 내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주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감소가 데이터 센터 업체들의 일시적 재고 조정때문이라면 하반기 업황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앞으로 1~2년 간의 시설투자(캐팩스) 계획 변화에 따른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올해 반도체 업황이 짙은 안개 속에 가리워져 있어 그 윤곽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 실적 전망치 하향 가속화…증시 반등 지연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속도가 주가 하락 속도보다 빠르다고 입을 모은다. 즉 실적 부진이 반영되기 전까지 증시 반등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의 이익 추정 하향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주가 하락에도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구간에서 저가 매수는 유효하지 않으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진우 연구원 또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의 하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실적 바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주가 반등의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례를 보면 직전 해 연말부터 실적 전망 감익이 진행된 이후 1분기에 비관의 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1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되는 2분기부터는 낮아진 눈높이에 따른 실적 안도감이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솔이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