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비자 "배신 당한 느낌"

BMW "은폐나 축소는 없다"
BMW 화재 원인으로 EGR 냉각기 결함이 지목된 가운데 BMW 서비스센터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달 전엔 EGR 결함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서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50대 정모 씨는 최근 BMW 서비스센터의 리콜 관련 전화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BMW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지만 배신감마저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 씨는 BMW코리아가 배기재순환장치(EGR) 결함이 없다고 했놓고 정부의 화재 조사 결과 발표 후 돌연 입장을 바꾼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 씨는 4일 BMW코리아 서비스센터로부터 리콜 대상이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정 씨의 차종은 BMW 750ld다. 해당 차종은 지난해 여름, BMW 화재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을 당시 36번째로 화마에 휩싸인 바 있다.

BMW코리아 서비스센터는 정 씨에게 '차량 EGR리콜 작업 진행 중 EGR 냉각기 내부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아 흡기다기관 부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예방정비차 흡기다기관 교환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불과 2개월 전까지 'EGR 관련 문제는 없다'고 했던 BMW코리아가 국토교통부의 화재 사고 조사 결과 발표 후 입장을 바꿨다는 게 정 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24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민관합동조사단장이 공개한 BMW EGR쿨러가 끓는(보일링)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제공

정 씨는 지난해 10월쯤 BMW코리아에 내용증명을 보내 화재 발생 가능성을 물었다. BMW코리아는 답변서에서 '750ld는 520d와 시스템이 달라 화재 우려가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750ld 차량의 EGR은 국토부 발표 전까지 리콜 대상으로 지목됐던 EGR모듈과 다르다. 750ld 차량은 냉각기와 흡기다기관이 분리된 반면 다른 화재 차종은 두 부품이 서로 연결된 구조다.

정 씨는 BMW코리아의 공식 답변을 믿고 차량을 운행했지만, 자신의 차량이 EGR 냉각기 이상으로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씨는 "750ld가 리콜 대상에 포함된 것도 당황스러운데 EGR 쿨러 결함에 따른 흡기다기관 교체라니, 배신감마저 든다"면서 "차량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래저래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흡기다기관 설계 잘못을 지정했음에도 공식적으로 이를 부정하더니 이번 리콜로 사실상 설계 잘못을 인정한 거나 다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해 BMW코리아는 "EGR 냉각기에 이상이 없을 경우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할 필요가 없지만, 이상이 있다면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하는 게 방침"이라며 "은폐나 축소 등은 없다"고 밝혔다.

BMW 700ld 차주가 BMW코리아에 보낸 질의서(사진)에 BMW코리아는 EGR 관련 화재는 없다고 답했다. 독자제공

지난해 12월24일 BMW 디젤차 화재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흡기다기관에 쌓인 '냉각수 찌꺼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독일 BMW 본사가 밝힌 자체 조사 결과와 같다. 다만 냉각수 찌꺼기를 가열한 500℃의 배기가스가 과량으로 분출하는데 영향을 미친 '결함 부품'을 두고 정부와 BMW는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정부는 EGR 밸브 결함을 꼽았지만, BMW는 EGR 우회 밸브(바이패스)가 결함이라고 지목했다.

아울러 같은 날 정부는 리콜 대상 차량 17만대의 '흡기다기관'을 교체하라는 추가 리콜 방안을 BMW에 제시했다. 하지만 제품 단순교체 혹은 흡기다기관 재질 교체 등 구체적 방식은 결정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BMW 측과 추가 리콜 방안을 협의하겠다고만 밝혔다. BMW는 5일 기준 1차 리콜 대상 10만6317대 중 9만7140여대(91.2%), 2차 리콜 대상 6만5763대 중 1만5580여대(23.7%)의 리콜을 끝냈다.

정부가 '냉각기 결함'이라는 BMW 화재 사태의 원인은 규명했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BMW 모두 소프트웨어 설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 근본적인 원인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리콜 후에도 또다시 냉각기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단순 리콜이라 생각했다 흡기다기관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정 씨와 같은 사례가 계속될 수 있는 셈이다. BMW 화재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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