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D-1' 국민은행, 노사 협상 결렬부터 총파업까지
'파업 D-1' 국민은행, 노사 협상 결렬부터 총파업까지
  • 권혁기 기자
  • 승인 2019.01.06 14:05
  • 수정 2019-0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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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노조' 파업에 비난 목소리도
지난달 26일 대규모 집회를 연 국민은행 노조.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지난달 26일 대규모 집회를 연 국민은행 노조.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KB국민은행이 내홍을 겪고 있다. 노조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노사 협상 결렬부터 총파업까지 정리했다.

◆ 2018년 10월 임단협 시작

지난해 10월 17일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 측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는 상견례를 하고 임단협(賃團協·임금과 단체협상)에 들어갔다. 현재 한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법률로서 규제, 효력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임단협은 매우 중요하고 막강하다. 노동조합법 제3장 35조에 따라 단체협약 중 임금협약은 1년, 그 외 사항에 관한 협약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매년 임단협이 진행되는 이유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경영성과급 기본급의 300% 지급 ▲일반직원 2.6%, 저임금직군 5.2% 등 평균 2.8% 임금 인상 ▲전 직원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도입 불가 및 신입행원 페이밴드 폐지 ▲점심시간 1시간 보장(컴퓨터 오프) ▲미지급 시간외수당 150% 지급 ▲피복비 100만원 지급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조정 ▲출퇴근 기록시스템 설치 ▲L0(창구직) 직군 근무경력 추가 인정 ▲기간제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은행 측은 ROE(자기자본이익률) 10% 기준 변경을 전제로 한 보로금(특별보너스)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ROE의 연환산 기준 추정치는 10.68%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100대 은행 평균 ROE가 10.29%인 점을 들어 10%를 제시했다. 또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조정에 대해서는 부점장은 현행보다 1년, 팀장 및 직원은 6개월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입 행원 페이밴드는 전 직급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고, 피복비는 지급할 수 없으며 점심시간 이용 고객 불편을 막기 위해 별도의 휴게시간을 정해 1시간 동안 PC오프제를 해야한다고 맞섰다.

노조 측이 성과급으로 300%를 요구하는 이유는 리딩뱅크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단 국민은행만이 실적이 좋은 게 아니라 은행권 전체 실적 향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또 성과급 300%도 타행에 비해 큰 편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29일 임단협을 시작해 세차례 실무자 교섭 후 12월 13일 집중교섭에서 최종 타결됐다. 보름 정도 기간 동안 우리은행 측과 노사는 서로 양보하며 합의를 도출했다.

우리은행은 ▲일반직군 급여 2.6%-사무지원 및 CS직군 4.0% 인상, 단 임금인상분 중 0.6%는 금융산업공익재단 출연금으로 반납 ▲임금피크제의 경우 65년생 이후 출생자부터 진입 연령 55세에서 56세로 1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성과급과 관련해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이미 성과에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연간 당기순이익 기준이며 회사가 무리하게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ROE 목표를 반영한 연초 목표치 대비 성과에 따라 초과이익 배분 비율이 달라진다. 또 스크린세이버 도입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해주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성과급 200% 전후로 임단협을 끝냈다.

국민은행 노조는 경영성과급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P/S에 갈음한 보로금 지급 ▲미지급 시간외수당 지급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지급 등을 요구했다.

국민은행 사측은 ▲시간외수당 지급률 개선 ▲회갑 경조금 폐지 ▲P/S 제도 변경 ▲직급별 호봉상한제 실시를 대안으로 내놨다.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 한 발 양보한 국민은행 측

사측과 노조는 평행선을 달렸다. 10월부터 진행된 협상은 12월 24일까지 결렬됐고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중노위 조정위원들은 "국민은행과 같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회사가 파업으로 가게 돼 안타깝다. 파업 전까지 노사가 성실히 교섭해 파업까지 가지 않길 바란다"며 조정중지를 선언했다.

이에 노조는 구랍 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1만4343명 중 1만1990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96%에 달하는 1만1511명이 총파업에 찬성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이에 합법적 쟁의행위가 가능하게 된 노조는 1월 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은행은 노조의 파업이 결정되자 타협안을 내놨다. ROE 연동 성과급 지급 기준 설정을 철회했고 성과급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일부 지급하겠다고 양보했다. 출퇴근기록시스템도 올 상반기 중 도입하자고 찬성했다. 그러나 경영성과급 300% 지급 협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돌했다. 지난 2일 시무식 후 허인 은행장과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2시간 정도 교섭에 나섰으나 큰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 "파업 안돼" 일괄 사표 제출한 국민은행 경영진 vs "책임 전가 행동" 노조

국민은행은 지난 2000년 주택은행과 합병에 반대하는 파업 이후 한 번도 조직적인 파업을 한 적이 없다. 지난 2016년 금융노조 총파업에도 국민은행은 동참하지 않았다. 8일 총파업에 돌입하면 19년 만이다.

지난 3일 영업 시간이 끝난 오후 5시쯤, 국민은행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방송이 나왔다. 김남일 국민은행 부행장(영업그룹장)은 "3000만명의 고객, 이 소중한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됩니다"라며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반목과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선배인 경영진에 있습니다"라고 역설했다. 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객관적으로 행동해 달라"고 부탁했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19년 만의 총파업을 막고자 일괄 사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부행장 등 18명, 본부장 11명, 지역영업그룹대표 25명 등 임원 54명은 8일 예정된 파업으로 인해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지난 4일 오후 허인 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경영진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사표 제출 이유를 설명했고 문훈주 노조 본부장은 "사의 표명이지 아직 사표 수리도 되지 않아 언제든 번복이 가능하다"며 "총파업 책임은 힘없는 부행장 이하 임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꼬리 자르는 최고경영진에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조합원 5000명이 참석했다.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조합원 5000명이 참석했다.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 '억대 연봉 귀족 노조'의 '고객 볼모' 비난도

국민은행의 총파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국민은행 행원 평균 연봉은 9200만원이다.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에도 성과급에 연연한 파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별 차질없이 임단협을 완료한 것,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아직 협상 중이지만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파업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귀족 노조'가 고객을 볼모로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산별합의 위반 ▲근로조건 개악 ▲성과주의 확대로 인한 금융의 공공성 훼손이 이번 파업의 주 원인이라며 경영성과급이 파업의 목적 아니냐는 지적에 "연초부터 허인 행장은 보다 높은 성과를 위해 직원들에게 '최고의 실적에 걸맞은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며 '의심하지 마라'는 직원들과의 약속을 은행장과의 소통행사나 노동조합 조합원 교육에서 반복해 왔다. 노동조합이 먼저 요구한 게 아니라 허인 행장이 먼저 직원들에게 했던 약속"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작년보다 훨씬 더 높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그보다 높은 무리한 경영목표를 세워 본인들은 경영목표와 관계없이 수억이 넘는 거액의 성과금을 받지만 직원들에게는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으니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식의 사측의 주장은 조직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 역시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총파업이라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서 "총파업 이전에 사측이 그동안의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교섭에 응해온다면 극적인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노조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무리한 경쟁과 성과주의 확대를 통한 고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1월 7일 전야게에 이은 1월 8일 단 하루,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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