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급성장 중인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HMR)이 2019년 식품업계 키워드가 됐다. 국내 1위 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은 자사 HMR을 들고 올해 미국 등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며 중견 기업인 동원F&B, 풀무원 등도 관련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GS리테일 등 유통 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에 열기를 더했다. 오뚜기 ‘3분 카레’로 시작해 올해로 38주년을 맞은 국내 HMR 산업이 최근 각광받게 된 원인을 진단하고 국내 식품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간편식 매대/사진=연합뉴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2019 식품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MR 판매액은 전년보다 21.7% 성장한 2조600억원에 달했다. 2010~2017년 연평균 성장률은 17.3%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HMR 시장이 도입기를 넘어 프리미엄 일상식으로서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오뚜기 ‘3분 카레’가 문 연 HMR…‘제대로 된 요리’로 성장

HMR은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섭취할 수 있도록 생산한 음식을 말한다. 조리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김밥은 물론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즉섭밥, 카레 등이 이에 속한다. 이밖에 냉동식품 또는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양념이 손질돼 하나의 키트에 담긴 ‘밀키트(meal kit)’도 HMR로 볼 수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이 생산하는 간편식 주요 브랜드로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햇반’, 오뚜기 ‘3분 요리’ 시리즈, 이마트 ‘피코크’ 등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작성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간편식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은 오뚜기 3분 요리 시리즈와 CJ제일제당 햇반이 열었다.

이어 생면. 냉장면, 냉동 만두 등 냉장·냉동 식품들이 잇따라 출시됐으며 2013년을 기점으로 컵밥, 국물 요리 등이 출시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2015년부터는 ‘한 끼 때우는’ HMR이 아닌 ‘제대로 된 한 끼’ 콘셉트를 내세운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유명 셰프·맛집 등과 협업한 제품들도 쏟아졌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HMR 향후 트렌드에 대해 “가정용 HMR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스페셜’ 제품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상품’이 아닌 ‘요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요리 안하는 현대인들 ‘가성비’ 뛰어난 HMR에 눈길

이처럼 최근 HMR이 프리미엄화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HMR 상품들은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은 비싸졌지만 외식하는 것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효율성)가 뛰어나다.

동원F&B가 운영하는 HMR 온라인몰 ‘더반찬’에서 판매하는 ‘순살찜닭’ 2인분의 가격은 1만2600원으로 국내 유명 찜닭 프랜차이즈의 2인분 가격이 2만2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9400원 저렴하다. 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감자탕 또한 2인분 기준 1만7000원으로 음식점에서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한 수준이었다.

최근 HMR 제품들은 기술 발달로 전문 음식점 음식과 견줘도 맛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하고 조리 과정은 단순하다. 이렇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HMR에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된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문화 확산, 맞벌이 부부 증가 등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며 HMR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전업 주부가 사라졌고 엄마들이 퇴근 후 요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 됐다”며 “자녀 수도 과거에 비해 적다보니 1~2명을 위해 요리하면 항상 재료가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소량으로 판매하는 HMR 인기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또 “ 도심은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보니 외곽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다”며 “업무와 출퇴근에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집에 돌아와 요리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한 끼 식사로 가성비가 뛰어난 HMR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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