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넥슨 인수 유력 후보' 中 텐센트, 정부 눈치에 불참 가능성
6천여명 넥슨 직원들 ‘좌불안석’…구조조정·공중분해 우려
“넥슨 매각되면 게임 망하나요?”…유저들 사이서 ‘설왕설래’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넥슨 매각설이 지난 3일 처음 불거진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사의 매각 소식에 중국 텐센트와 사모펀드 등 해외자본이 움직이는 가운데 이들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넥슨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000여명 넥슨 직원을 비롯해 넥슨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까지 넥슨 매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는 전날 넥슨 매각설이 보도된 이후 하루만에 공식 입장을 밝히고 사실상 넥슨 매각을 인정했다. 김 대표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며 “넥슨이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겠다”라며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넥슨 매각설이 지난 3일 처음 불거진 이후 김정주 NXC 대표는 하루만인 4일 공식 입장을 통해 매각을 사실상 인정했다. 6000여명 넥슨 직원들이 구조조정 우려에 떨고 있는 가운데 넥슨 게임 유저들 역시 서비스종료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中 텐센트·넷이즈, 정부 눈치에 넥슨 인수 불참하나

넥슨의 매각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점쳐진다. 김 대표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98.64%) 전량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NXC가 보유한 넥슨 일본 법인 지분, NXC 보유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종합하면 시장가치는 10조원에 달한다는 것. ‘10조딜’이 성사된다면 국내 M&A 진행 건 중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넥슨 인수의 유력 후보로 중국 텐센트와 외국계 사모펀드 등을 꼽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 국내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해외 자본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텐센트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이 NXC 예비 입찰을 위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다는 소식도 나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텐센트가 인수에 적극 나서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중국 정부는 텐센트의 SNS 위챗으로 가짜 뉴스나 반정부 움직임 확산 가능성에 대규모 채팅방 개설을 금지했으며, 텐센트의 게임·결제 서비스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 게임의 중국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고 자금력도 충분하지만 그만큼 중국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며 “텐센트와 넷이즈 등 중국 게임업체 몸집이 커질수록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컨소시엄·사모펀드 개입 가능성…6천여명 넥슨직원 ‘불안’

넥슨의 지배구조는 ‘김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연결된다. 넥슨코리아 산하에는 10여개 자회사가 있다./그래픽=이석인 기자

넥슨의 지배구조는 ‘김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연결된다. 넥슨코리아 산하에는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서든어택’의 넥슨지티, ‘히트’의 넷게임즈 등 10여개 자회사가 있다. 때문에 이번 매각의 핵심은 중간지주회사 넥슨 일본 법인과 넥슨코리아 산하 게임 계열사다.

문제는 10조원을 들여 이들 계열사를 통째로 품을 곳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대규모 컨소시엄이나 사모펀드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계열사 파편화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넥슨 임직원 수는 계열사를 포함해 6000여명이다.

넥슨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게임업계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 ‘게임라운지’에는 넥슨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넥슨 개발팀 직원 A씨는 “국내엔 넥슨을 인수할 곳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처음 매각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사실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대표가 직접 인정하고 나니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차라리 해외 게임사에 매각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넥슨 직원 B씨는 “사모펀드에 넘어갈 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할텐데 현재 게임업계가 불황이라 이를 받아줄 회사도 많지 않다”며 “전혀 쌩뚱맞은 곳 보단 텐센트나 미국 EA게임즈에 넘어가는 게 덜 손해본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유저들 “우리 게임은 어떻게 되나”...불안감 가속화

넥슨의 지난해 매출 2조4000억원을 올렸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9.1%를 중국에서 얻었다. 중국에서 흥행 중인 '던전앤파이터'가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던전앤파이터

넥슨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가 바뀌면 기업의 색깔이 바뀌게 되고 게임의 경영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 특히 유저가 적거나 수익성이 낮은 소위 ‘비인기게임’의 경우 서비스종료라는 최악의 수를 맞이할 수도 있다.

현재 넥슨은 신규 게임보다는 장수 게임의 IP(지적재산권) 판매로 매출의 80% 가량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매출액 2349억엔(2조4000억원), 영업이익 905억엔(9125억원), 당기순이익 568억엔(572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9.1%를 중국에서 냈고 이는 중국에서 흥행 중인 ‘던전앤파이터’의 선전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신규 게임보다는 넥슨의 장수 게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리즈로 출시되고 있는 ‘피파온라인’이 한국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 장수 게임이 매출의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넥슨 신규 게임의 성적표는 저조한 수준이다. 올해 초 출시된 ‘야생의땅:듀랑고’는 기대감 속에 출시됐지만 초기 반짝 흥행에 그쳤다. MBC와 제작한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도 1%대의 낮은 시청률 속에 막을 내렸다.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아스텔리아’ 역시 지난달 12월 오픈 베타 시작 이후 혹평이 이어졌다.

넥슨 게임 유저 C씨는 “넥슨 게임을 10년 이상 즐기며 게임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고 그에 맞는 즐거움을 얻었다”며 “넥슨 매각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모르겠지만 기존 서비스되던 게임은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지만 ‘리그오브레전드’는 여전히 흥행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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