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7년 국내 1인가구 비율은 28.6%
1인 가구에 맞춘 반려동물·워라밸·소확행 등 트렌드 맞춤 상품
우대조건 충족시 年 6.0% 고금리 상품도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 전성시대.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사진=권혁기 기자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인 유모(35·여) 씨는 지난해 추석, 고향에 괜히 갔다고 자책했다. 아버지 쪽으로 형제자매만 7남매, 그 자식들까지 모이면 대가족이다. 115㎡(35평) 아파트에 모인 친척 중 결혼하지 않은 30대는 자신 뿐이었다. 20대 후반에만 해도 "애인은 있니"라는 질문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너 몇살이냐.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결혼은 언제하려고"라는 잔소리를 들으니 힘이 빠졌다. '결혼은 혼자 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잘 참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유 씨가 딱히 '비혼(非婚)주의자'는 아니다. 몇 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도, 자신도 결혼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고 무엇보다 '서울에서 집구하기'가 결혼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서로가 현재 삶에도 만족하기 때문에 결혼을 고민하지 않을 뿐이다. 혹시 모를 결혼을 위해 적절히 적금도 들고 직장 근처에 구한 투룸에서 말티즈 한마리를 키우며 1만원에 4캔하는 '편맥'(편의점 맥주)도 즐긴다. 적금 외에 따로 모아둔 돈으로 남자친구와 여행도 떠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전체 인구는 5142만명, 총 가구수는 2017만 가구로 그중 '나 혼자 산다' 가구 비율은 28.6%로 가장 많았다. 2인 가구는 26.7%, 3인 가구가 21.1%, 4인 가구 17.7%로 집계됐다. '대세'가 된 1인 가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을 통해 2인 가구가 되더라도 저출산으로 인해 3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남녀 비율로 따지면 남성 1인 가구는 2000년 95만 가구에서 2017년 279만 가구로 195.4% 증가했고 여성 1인 가구는 128만 가구에서 283만 가구로 120.9% 늘었다. 성별로 연령대별 구성비를 살펴보면 25~34세 남성 1인 가구는 2000년 37.9%에서 2017년 23.8%로 줄어들었으며 45세 이상 연령대 남성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여성 1인 가구 역시 45세 이상 비율이 계속 증가했으나 65~74세 비중은 2000년 23.7%에서 2017년 16.0%로 감소했다.

과거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면서 사별 등으로 인해 고령층 여성 1인 가구 비중이 높았지만 20~30대층의 취업, 만혼(晩婚·나이가 들어서 늦게 결혼함) 등이 1인 가구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 또 KB금융지주 연구소 1인 가구 연구센터에 의하면 1인 가구 10명 중 7명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도가 높았다.

1인 가구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평균 순자산은 약 1억2362만원이며 부채는 1900만원 수준이다. 자산 중 40%는 부동산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인(多人) 가구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소득이 증가한 것과 대비해 1인 가구는 높은 수준의 소비성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소비지출 분야에서 1인 가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 1인 가구 고객을 잡아라

은행권 역시 1인 가구 시대에 맞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먼저 KB금융지주는 계열사들을 연계한 1인 가구를 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패키지 상품인 'KB일코노미 청춘 패키지'가 그것이다. '일코노미'란 1인 가구에 이코노미를 합성한 신조어로 시장 변화 및 고객 니즈를 반영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KB금융지주는 그룹 내 '1인 가구 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실제 1인 가구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KB국민은행 '1코노미 스마트적금'은 1인 가구를 위한 스마트폰 전용적금으로 주말 여행 시 상해 및 자동차사고 성형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생활안심보험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하는 저축 상품이다. KB자산운용에서는 '1코노미 주식형펀드'라고 해서 1인 가구 증가 수혜종목에 투자하고 다양한 업종에서 유망기업을 발굴 투자할 수 있게 했다. KB증권 '1코노미 ELS' 역시 원금부분보장형으로 1인 가구 증가 수혜종목에 투자를 한다. KB국민카드 '청춘대로 1코노미 카드'는 상대적으로 편의점 이용이 많은 1인 가구를 위해 적립과 함께 렌트, 배달, 숙박, 영화 등 특성에 맞는 혜택을 설계할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 내놓은 '1코노미 오피스텔 전세자금대출'은 보통 2년마다 이사를 하거나 보증금을 올려줘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 전용 대출로, 맞춤형 우대이율을 챙길 수 있다. KB손해보험 '1코노미 암보장건강보험'도 1인 가구를 위한 건강보험이다. 암이나 뇌, 심장질환에 대한 종합 보장이 가능하다. '일코노미 청춘 패키지'는 KB금융그룹 내 교차판매가 가능해 출시 1개월 만에 1만좌, 7개월만에 10만좌를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반려동물 시장 확대 트렌드에 맞춰 '위드펫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가입기간은 1년으로 1000원부터 3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기본이자율 연 1.0%에 우대이자를 모두 챙기면 총 2.0%를 적용받는다. 갑작스럽게 반려동물 의료비로 돈이 필요할 경우 중도해지하더라도 약정이자율로 해지가 가능하다. 'S힐링 여행적금'은 여행 전용 적금이다. 최저 연 1.65%~2.05%(12개월 기준) 이율 상품으로 여행할인서비스와 환율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두투어 제주도 및 해외패키지 상품에 한해 최대 8% 할인(만 2세이상 동반 1인 포함)을 받을 수 있다. '쏠편한 작심3일 적금'은 6개월에 최고 2.3%까지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일주일 중 원하는 요일 3개를 선택해 자동이체 등록하면 된다. 혼자 살면서 늘 작심삼일에 한탄하지만 이 적금은 작심삼일이면 성공이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신한은행이 모두투어와 제휴를 맺었다면 우리은행은 제주항공,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연계한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우리 여행적금'은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조건 충족시 최고 연 6.0%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6개월 또는 1년 가입 가능하며 월 최대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우리 여행적금' 이용자는 적금 만기자금으로 제주항공 마일리지 '리프레시 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금액의 5%를 추가 적립받을 수 있다. 또 제주항공 국제선 왕복항공권을 최대 10%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최대 1만포인트를 추가로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 적립금을 최대 8만원까지 받고 1년간 최상위 멤버십 'H.VVIP' 자격도 획득하게 된다.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KEB하나은행도 1인 가구를 위한 힐링 상품을 운영 중이다. '셀프 기프팅(Self-Gifting)' 적금은 자신에 대한 보상, 격려, 힐링의 일환으로 본인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온라인상에서 선물이미지를 선택, 선물퍼즐을 맞춰 나가는 가시적인 만족도를 고려한 상품이다. 세전 최고 연 3.4% 이율인 '셀프 기프팅 적금'은 4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퍼즐을 완성하면 참여횟수에 따라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오늘은 얼마니?' 적금은 이름부터가 신선하다. 일명 '짠테크'를 실천할 수 있는 '오늘은 얼마니?' 적금은 커피, 군것질, 담배 등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지출되는 비용을 아껴 매일매일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적금이다.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만 1계좌 가입이 가능한데 월 최대 100만원 범위 내에서 하루 1000원~5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의 '사랑남김신탁'은 다른 1인 가구 상품들과 결이 다르다. '사랑남김신탁'은 1인 가구 중 독거 노인들을 위한 상품이다. 이용자가 생전에 귀속권리자를 지정하고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신탁하면 고객 사후 상속인들의 별도 동의 없이 귀속권리자에게 즉시 지급이 가능하다. 이용자가 장례비 등 필요비용을 가족을 위해 미리 남겨두면 고객 사후 가족이 비용 걱정없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NH농협은행 측은 "점차 고령화돼 가는 사회에서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고 사후도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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