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난 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연말에서 1월로 이어지는 ‘성수기’ 극장가에서 ‘마약왕(185만 명)’ ‘스윙키즈(142만 명)’ ‘PMC: 더 벙커(160만 명, 이상 7일 현재)’ 등 100억 원 대를 들인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의 쓴맛을 보는 중이다. 지난 해 같은 기간 1000만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과 ‘강철비’‘1987’등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극장 성수기를 노려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본전 찾기’는 성공한다는 흥행 공식마저 깨졌다.

■ 외화가 점령한 한국 박스오피스

영화 '스윙키즈' 스틸/NEW 제공

피스 10위 안에 든 한국영화는 4편에 불과하다. ‘신과함께-인과 연’(1227만4996명)이 1위를 차지했고,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1675명, 5위), ‘안시성’(544만 명, 8위), ‘1987’(723만 명, 10위)이 순위에 들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1만2710명, 2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4915명, 4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566만1128명, 6위) 등 외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새해 박스오피스 성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2’(이하 7일 기준, 24만5243명)가 ‘아쿠아맨’(17만8314명)의 흥행 바통을 받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는 장기 흥행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6만3007명)다. 지난 달 26일 개봉한 신작 ‘PMC: 더 벙커’(5만545명)가 간신히 4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관객들의 엇갈리는 평가 속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윙키즈’가 1만9210명으로 9위를, ‘마약왕’(4253명)은 10위권을 벗어나 11위에 머물렀다. 아직 상영 중이라 속단하기 이르지만 개봉일 수나 상영관 수 차이를 감안한다 할지라도 흥행 성적은 지난해에 비해 참담하다.

■ 추석부터 이어진 한국영화 악몽

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상 한국 대작영화들의 부진은 지난 해 추석부터 두드러졌다. 100억 원 대 한국영화 ‘안시성’ ‘명당’ ‘협상’ 등이 성수기 시장을 노려 한날 한시에 개봉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손익분기점을 겨우 돌파한 영화는 ‘안시성’에 불과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관객 규모가 큰 시기만 노려 대작들을 개봉하려는 투자배급사의 과한 욕심이 불러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비수기 시장을 노려 개봉한 영화들은 흥행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추석 시즌을 피해 개봉한 ‘암수살인’과 ‘완벽한 타인’ 등은 각각 378만 명, 5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제작비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탄탄한 시나리오와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재미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다. ‘완벽한 타인’의 메가폰을 잡은 이재규 감독은 흥행 이유에 대해 “순전히 관객들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더 치열해질 한국영화계..관객들은 ‘가성비 갑’을 원해

영화 '마약왕' 스틸/쇼박스 제공

이처럼 기존의 흥행 공식을 벗어난 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현상을 미루어볼 때 수 백 억 원대의 제작비와 스타 캐스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시대는 지났음을 알 수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기존에 관객들이 흔히 봐 왔던 작품들의 전형성을 고스란히 답습했기 때문에 많은 한국영화들이 피를 봤다”며 “관객들의 눈높이를 너무 쉽게 본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의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고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신생 투자배급사들로 인해 한국영화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개봉을 앞둔 메리크리스마스의 ‘내안의 그놈’을 시작으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이 신작을 내놓는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시장에 비해 작품 수는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결국 재미있고 신선한, 가성비 위주의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비슷비슷한 소재와 방식 탈피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영화 콘텐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