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난치성환자 73% 유전특징 다른 새로운 균 발견…유전자 분석 결과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고원중 교수 “정확한 실태조사·연구 필요”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치료가 어려운 것은 주변 환경을 통해 환자 몸 속으로 새로운 균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감염병 치료가 더딜 때 기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항생제내성’이 주요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경우 항생제내성이 드문데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이유가 불명확했었다.

고원중 교수

이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고원중 교수연구팀은 난치성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자 49명으로부터 배양된 500개 이상의 균을 분석했다. 이들은 평균 32개월 치료받았지만 균이 제거되지 않고 객담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 흔한 비결핵항산균…온수 샤워할 때도 노출

비결핵항산균은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항산균을 나타낸다. 현재 종류가 15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는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복합체(mycobacterium avium complex)’균이 가장 흔하다.

하천과 수돗물,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하고 온수샤워 시 발생하는 수증기에도 있을 정도로 흔하다. 독성이 적고 전염이 없다 보니 다른 균보다 덜 알려졌다.

하지만 비결핵항산균 위험성은 다른 감염병 못지않다. 특히 폐질환을 주로 일으키는데 증상과 징후가 비특이적이고 경과를 예측하기 힘들 때가 많다.

또 일부 환자는 병의 진행경과가 빨라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1~2년 내로 폐가 망가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기관지확장증 등 만성폐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더욱 조심해야한다.

◇ ‘난치성 환자 중 73% 새로운 균에 감염’

연구팀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12월 10년간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중 균주배양까지 마친 49명으로부터 배양된 500개 이상의 비결핵항산균 폐질환특징을 유전자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감염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내성을 보인 환자는 전체 27%(13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73%(36명)는 유전자특징이 전혀 다른 새로운 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49%(24명)는 완전히 다른 균만 가지고 있었고 24%(12명)는 기존균과 함께 다른 균이 섞여있었다.

환자가 새로운 균에 재감염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치료를 시작한 지 평균 12개월 소요됐으며 25%는 6개월 이내로 밝혀졌다. 치료가 느려 항생제내성이 생긴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새로운 감염’이었던 셈이다.

고원중 교수는 “비결핵항산균은 정수처리과정 중 염소로 소독해도 살균되지 않을 만큼 끈질기다”며, “만성폐질환자라면 온수샤워를 피해야할 정도로 환자건강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결핵항산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일상에 얼만큼 퍼져있는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또 “선진국에서는 집으로 공급하는 수돗물과 샤워꼭지 등에 대해서도 비결핵항산균이 있는지 조사하고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연구도 부족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흉부학회 학술지 ‘호흡기 및 중환자의학(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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