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족측 "회사-가해자는 나몰라라"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경비용역업체 계열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20대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주공항의 경비용역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경비용역업체 S사 소속 김모씨(27)가 동료들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S사는 국내 최대규모 시큐리티전문기업의 계열사다. 

김씨는 지난 2016년도 5월 14일 회사에 입사한 후 제주공항 경비직을 수행해왔다. 김씨는 재직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A씨(35)로부터 약 2년간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 낸  이 사건은 A씨가 후배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욕설을 하며 괴롭히는 모습을 회사 간부가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회사 간부는 이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김씨의 지인에 따르면 김씨는 경위서에서 A씨와 다른 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개정된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그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더 나아가 사용자는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해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김씨의 유족 등 지인들은 김씨의 죽음에는 노조집행부의 조직적 왕따도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한 측근은 “노조집행부가 욕설과 가혹행위를 일삼던 A씨를 위해 탄원서를 받기 시작했다”며 “이 회사 노조 지회장은 조합원이 140명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김씨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단체 대화방에 올려진 그 글을 보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것이 유족 측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노조집행부는 김씨가 “사내 간부의 끄나풀”이라며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A씨가 이후 병가를 내고 연락을 끊었고 회사 측도 아무런 사과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S사는 사실 확인을 요구한 것과 관련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유정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직장 괴롭힘의 피해 실태 : 건강과 정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경험한 노동자 중 8%가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던 박모(27) 간호사가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에게 유리컵을 집어던지고 손찌검을 하는 등 폭행을 비롯한 각종 엽기적인 행각이 밝혀지자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해 ‘양진호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둔기로 피멍이 들 때까지 직원을 때리는 등 상습 폭행과 협박 등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해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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