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민은행 노조, 8일 '경고성' 총파업
은행 측, 고객 불편 최소화 하기 위해 거점 점포 운영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고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17년 순이익 3조원을 넘기며 리딩뱅크로 우뚝 섰다. 그 전까지는 신한지주가 선도(先導)은행이었다. 2015년 신한지주가 2조3672억원, KB금융이 1조6983억원의 연결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듬해 신한이 2조7748억원, KB가 2조1437억원으로 맹추격했다. 2017년에는 KB가 3조3119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2조1750억원으로 전년대비 두배 가까이 늘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한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지 9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2018년 실적 역시 KB금융이 신한지주를 앞섰다. KB금융과 신한지주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2조8688억원, 2조6434억원이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연초부터 리딩뱅크 타이틀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각각 신년사를 통해 리딩뱅크 '탈환'과 '수성'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윤 회장은 "압도적인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 조 회장은 "2019년 아시아리딩 금융그룹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사가 치열한 격돌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은행은 연초부터 '총파업'을 벌였다.

이번 총파업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귀족 노조의 고객을 볼모로 잡은 무리한 파업'으로 보기도 한다. 국민은행 신입 행원 초봉은 4800만원 수준, 행원 평균 연봉은 9200만원('은행들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기준) 수준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2019년 임단협(賃團協·임금과 단체협상)에서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00% 지급을 요구했다. 또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조정과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도입 불가 및 신입행원 페이밴드 폐지를 주장했다. 특히 경영성과급은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만 기준이 없어 매년 임단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우리은행 등은 성과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해 비교적 순탄하게 협상을 마무리했다.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도 성과 비례형 연봉체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본급 300%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7년 기본급의 200%를 연말 특별 보로금으로 지급했다.

노조의 요구에 평행선을 달리던 사측은 보로금(특별보너스)에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합쳐 250%를 제안했다가 페이밴드 확대·임금피크 진입 시기 등을 수용할 경우 300%를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한발 양보한 셈이지만 노조는 이를 거절했다. 노조 측은 경영성과급이 파업의 이유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아이디 'joa1****'는 "앞으로 국민은행 이용 안하면 그만인데, 고객들 편의를 볼모로 본인들 처우 개선하겠다는 걸 납득할 고객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네.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 몫인거지"라고 꼬집었다. 'youn****'는 "불편 많이 감수할테니 이번 기회에 국민은행, 강력한 구조조정 바랍니다. 귀족은행에서 진정 서민을 위한 은행으로 태어나 주길"이라고 사측 편을 들었다. 'canc****'의 "콜센터 상담원은 은행직원이 아닙니다. 파업 상관없이 전화 응대합니다. 상담원에게 파업 관련 욕설하지 말아주세요. 은행직원 파업 때문에 상담원들도 죽을 맛입니다"라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리딩뱅크라는 타이틀이 경영진의 힘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L0(저임금직군) 직급부터 이사급 등 최고 경영진이 모두 합심한 결과다. '협상'이란 당사자 사이에 양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뜻한다. 연초부터 삐걱거린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타이틀, 벌써부터 불안하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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