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판부 "시간 없다"재촉
법조계, 구인·과태료·감치 Vs 위증위험...리스크 저울질
이학수 삼성전자 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정 대면이 결국 이 전 부회장의 불출석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법조계는 앞으로도 이 전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은 9일 증인으로 신청된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김인겸 부장판사)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다스(DAS) 소송비 대납에 따른 이 전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을 다투기 위해 이 전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바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의 핵심 인물로 검찰 조사 당시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바 있다. 

법조계는 이 전부회장이 향후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의 리스크가 출석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증인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하거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최대 7일 이내에 감치(구속)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채택된 증인(이 전 부회장)에 대해 증인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증인소환장 자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구인장 발부는 어려울 것을 내다봤다.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이 전부회장에게는 출석을 강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최악의 경우 이 전부회장에게 7일 이내에 감치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만, 법원에 출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감수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 법조계 "이 전 부회장 출석 시 위증 공격 몰릴 수도"

우선 이 전 부회장이 법정에 출석하게 되면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의 집요한 증인신문을 방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전부회장의 진술이 자수서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심 과정에서 공개된 자수서에는 "(이건희) 회장께 보고하니 '청와대에서 요청하면 해야지,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실무책임자를 불러 에이킨 검프(Akin Gump)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비용을 청구하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했다"며 "사면만을 이유로 지원한 건 아니지만 저희의 노력이 청와대에 당연히 전달돼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한 건 사실"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법조계는 법원에 출석한 증인이 법정에서 선서를 하고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할 경우 위증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전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측은 '함께 일했던 측근들을 법정에 세울 수 없다'며 이들의 검찰 진술증거만으로 재판을 치렀다. 그러나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2심에서는 '핵심증인' 15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취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1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동의한 건 증거 능력을 다투지 않겠다는 것이지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까지 인정한 게 아님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물적 증거 없이 검찰 등에서 이뤄진 진술증거가 신빙성이 결여되면 유무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순조롭지 않은 절차진행에 대해 재판부의 쓴 소리도 나왔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에게 "증인의 출석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고 증인을 신청해야 한다"며 "재판 일정이 빠듯한데 이렇게 증인이 안 나오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이 전부회장의 출석시 검찰이 별도의 녹취를 요구하는 요청에 대해 재판부는 "법원이 녹취와 조서를 만드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조계는 이 전 부회장의 증언의 중요성을 볼 때 검찰의 녹취 요청은 진술의 내용을 정확히 조서에 기재하려는 목적으로 분석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이학수는 자수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지원 내역을 특정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기준에 합리성이 있고 의문을 제기하는 피고인의 각종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음 재판일정을 잡지 않았다. 

 

양인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