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계 "신동주, 경영 복귀 가능성 사라져…'화해 시도'는 마지막 카드"
롯데 "신동주 '화해 시도', 경영 복귀 위한 홍보용"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천륜(天倫)을 저버린 인물로 몰아가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갑자기 ‘화해’ 카드를 꺼내들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경영권 분쟁 종식 ▲일본 롯데홀딩스로부터 한국 롯데그룹 독립 등을 골자로 하는 친필 편지를 보냈다.

신동주 회장은 편지에서 “동빈에게 큰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롯데그룹을 (일본 롯데홀딩스로부터) 독립시켜 한·일 롯데가 양립하는 구조, 상호 간섭하는 일이 없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해안이 실현되면 동빈이 지금 이상으로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싹을 없애게 돼 한국과 일본의 직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롯데그룹이 자본관계상 일본 경영진의 영향력을 받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와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지금 이대로 간다면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일군 롯데그룹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불효이며, 화해를 통해 롯데의 경영을 안정시키는 것이야말로 큰 효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과거 그를 도왔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연합뉴스

◆신동주, 경영권 분쟁 당시 모든 방법 동원해 경영권 찬탈 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자신이 롯데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주장했다. 또 각종 소송 제기와 이사회 소집을 통해 신동빈 회장을 왕좌에서 끌어내리려고  했다.

예컨대 신동빈 회장이 2015년 7월16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선임되자, 11일 후인 27일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를 모두 해임했다. 이같은 작업을 주도한 건 신동주 전 부회장이다. 그는 치매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불가능한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친인척에 손을 내미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랬던 그가 갑자기 친필 화해 편지를 작성한 배경을 두고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에 복귀할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일본 롯데라도 건지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 /연합뉴스

◆재계 “신동주, 경영 복귀 가능성 없어…사실상 마지막 카드 꺼냈을 것”

실제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롯데쇼핑과·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사업 및 투자회사 분할·합병)했다.

지주회사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기타 계열사’로 연결돼 있던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호텔롯데’로 양분됐다.

특히 롯데지주는 지난해 최대 캐시카우로 성장한 롯데케미칼 지분 23.24%를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매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 매각 대상자를 찾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사실상 해결됨에 따라 남은 과제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뿐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를 통해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을 50% 이하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L1~L12 투자회사 등이 97%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 롯데의 영향력이 크다. 게다가 롯데캐피탈(39.37%), 롯데손해보험(23.68%), 롯데렌탈(20.77%), 롯데건설(43.07%), 롯데상사(34.64%), 롯데알미늄(25.04%), 롯데물산(31.13%) 등 외에도 다수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은 전체 매출의 91.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매출(7조5000억원 추정)을 기록하기도 했다.

즉, 신동주 전 부회장이 화해를 통해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롯데면세점 장악은 물론,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본점. /롯데쇼핑

◆롯데, 신동주 경영복귀 완천 차단…“ ‘화해 시도’는 경영복귀 홍보용”

그러나 신동빈 회장과 롯데 경영진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개인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와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며 “회사의 큰 결정은 특정 주주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없고 이사회, 주총 등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앞선 5번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모두 패했고, 지난해 6월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구속 중임에도 불구하고 안건은 통과되지 않았다”며 “일본 법원에서는 ‘경영자로서 부적격하고 윤리의식도 결여돼 있다’는 판결을 받았고, 한국 ‘해임 무효 주장’ 소송을 담당하는 2심 재판부는 기존 1심 결정(해임 정당)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임직원 이메일을 사찰했을 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임직원을 비롯해 주주, 이해관계자 등에게 큰 실망과 불신을 줘 회사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수감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의 면회 시도에 대해 “홍보대행사 및 변호사 등으로 추정되는 수행원 7~8명을 동행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며 “심지어 면회 시도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존과 동일하게 신동빈 회장 및 롯데그룹 경영진을 비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역시 ‘화해 시도’를 (경영에 복귀하기 위한)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유성 씨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문료 소송에서 밝혀진 것처럼 두 사람은 신동빈 회장 구속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 L’이라는 계약서까지 작성한 바 있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간 고령의 아버지(신격호 명예회장)를 앞세워 각종 계약서, 위임장 등을 작성해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켜 분인 데다 증여 받은 한국 롯데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며 “이같은 행동이 창업주의 뜻과 같은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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