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고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연기돌’(연기를 잘하는 아이돌)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주로 TV드라마에서 볼 수 있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영화계로 영역을 넓혀 주·조연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 도경수부터 진영까지..‘연기돌’ 전성시대

영화 '스윙키즈'에서 원톱 주연을 맡은 도경수./NEW 제공.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연기돌’은 그룹 엑소(EXO) 멤버 도경수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영화 ‘카트’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한 도경수는 ‘순정’(2015년) ‘7호실’(2017년) 등에서 눈에 띄는 호연을 펼쳤다. 천만영화 ‘신과함께’(2017년) 시리즈에서는 관심병사 원동연 역을 완벽히 소화,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또 지난 달 19일 개봉한 ‘스윙키즈’로 150억 대작의 원톱 주연으로 섰다. 극 중 북한병사 로기수 역으로 밀도 있는 감정연기와 신나는 탭댄스를 동시에 소화했다.

영화 '물괴'에 출연한 혜리./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샤이니의 최민호, AOA 설현, 걸스데이 혜리 역시 영화의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최민호는 ‘인랑’(2018년)에서 병사 김철진 역으로, 설현은 ‘안시성’(2018년)에서 백하 역을, 혜리는 ‘물괴’에서 명 역을 일취월장한 연기로 소화했다.

영화 '내안의 그놈'에서 주연을 맡은 B1A4 출신 진영./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새해에도 ‘연기돌’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룹 비원에이포(B1A4) 출신 진영은 영화 ‘내안의 그놈’(9일 개봉)을 통해 소위 ‘1번’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극 중 판수(박성웅)와 몸이 뒤바뀐 고등학생 동현 역을 맡아 물오른 코믹 연기와 날 선 액션을 동시에 펼쳐 화제가 됐다.

샤이니 멤버 키 역시 이달 개봉을 앞둔 영화 ‘뺑반’에서 레커차 기사 한동수 역으로 핵심 키를 쥔 인물로 활약할 전망이다. 첫 스크린 데뷔작부터 파격적인 스타일과 연기 변신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걸그룹 라붐 멤버 솔빈 역시 액션영화 ‘생존자편향의 오류’에 캐스팅 돼 촬영에 한창이다. 틴탑의 보컬 니엘은 음악영화 ‘스웨그’로 올해 관객 앞에 설 예정이다.

■ 팬덤 소비부터 흥행 시너지까지

영화 '안시성'에서 활약한 AOA 설현./NEW 제공.

다만 그 동안 ‘연기돌’을 내세운 작품이 흥행 면에서 ‘대박’을 친 경우는 드물었다. 도경수의 ‘스윙키즈’는 손익분기점 350만 명이지만 9일 기준 145만 명을 동원하며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기돌’ 출연 시 극장에 잘 가지 않는 연령대로 꼽히는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층을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 배우가 출연할 시 젊은 관객들에게 인지도 측면에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의 캐스팅은 인지도뿐 아니라 제작 및 투자, 해외 판권 판매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예를 들어 ‘신과함께’에 도경수가 캐스팅 됐다고 하면 투자에 용이한 것이 사실”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돌이 어느 정도 연기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연기력이 완벽할 때 작품 투자나 흥행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영화계에도 팬덤 문화가 자리잡은 만큼 아이돌 캐스팅이 작품의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96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방탄소년단의 공연 실황을 다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번 더 스테이지’는 국내에서도 3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개봉 첫 날부터 역대 아이돌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입증했다. 또 글로벌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전 세계 1400개 극장, 2696개 스크린에서 앙코르 상영되기도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이 나오는 영화일 경우 팬덤 소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방탄소년단의 경우 글로벌적인 팬덤에 의해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아이돌 그룹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에서 인기가 있다 하더라도 해외에서 그만한 팬덤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영화든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완성도”라고 강조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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