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며칠 전에야 비로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댓글이 얼마나 있는지, ‘좋아요’는 몇 개인지 사람들의 관심도를 관찰한다. ‘품앗이 정신’을 발휘해서 답글을 쓰고, 상대의 SNS를 찾아가 ‘좋아요’를 누른다. 그저 아직은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과의 조우가 반갑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맺어짐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눈동냥, 귀동냥으로 남의 것을 관찰하던 것과는 다른 첫 경험에서 오는 생경함이 있다. 백번 보고 듣는 것보다 한 번의 체험이 귀하다는 ‘백견 불여일행(百見 不如一行)’을 실천 중이다. 관찰에서 진화해 ‘소통’이라는 긍정효과에 이르기를 고대하고 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 이제야 ‘인싸’ 되려는 거냐고. 남들 다 하는 걸 하지 않았던 난 그동안 ‘아싸’였던 걸까?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친화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인싸’.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요즘 핫한 트렌드다. 관계에서 오는 권태로움을 뜻하는 트렌드, ‘관태기’에서 자발적으로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를 택했던 사람들의 반대급부로 부상 중이다. 개인주의의 표상이었던 ‘홀로족’들이 다시 ‘집단주의’에 편입되길 희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정(情)’,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부활했다고 보긴 어렵다.

 

SNS를 통해 ‘인싸 스타일’, ‘인싸템’, ‘인싸어’ 등 ‘인싸’와 연관된 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갑분싸’, ‘롬곡’, ‘법블레스유’등 수많은 신조어의 탄생도 모자라 이제는 ‘수화(手話)’까지 등장했는데 “네”, “응” 같은 단어를 손으로 표현하는 간단한 행위조차 따라 하기가 만만치 않다. 빈티지한 분위기가 특징이라는 ‘딘드밀리룩’, ‘너드룩’은 인싸를 대표하는 패션 스타일이란다. 고가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스타일을 소화해내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아 보인다.

인싸어를 사용하고 인싸 스타일을 장착하고 인싸 장소인 익선동의 유명 카페에 가서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비로소 인싸에 등극한 거라고 하는데, 이를 선도하는 그룹이 아니라면 ‘인싸’라는 이름의 유행 따라하기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야말로 인싸 되기, 숨이 찰 지경이다.

저가의 문구류부터 화장품, 고가의 가방에 이르기까지 각종 ‘인싸템’은 불필요한 소비 욕구를 부채질한다. 소유하고 있는 ‘인싸’들에게 없는 이들은 저절로 ‘아싸’가 되는 현실, 소외감에서 벗어나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해 기꺼이 출혈을 감내하며 지갑을 열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아싸 방지 비용 지불 능력’ 여부가 ‘인싸’ 편입에 관건이 되는 것인가. ‘인싸’의 핵심이었던 ‘친화력’은 단지 사전적 의미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

‘인싸 스타일’을 따라해 본적도, ‘인싸템’ 하나 없는 난 자발적 ‘아싸’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인싸’되기를 포기 한 건 결코 아니다.

SNS를 시작하며 첫 글에 밝혔듯이 생각을 통해 정제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소비욕에 기댄 인싸가 아닌 말과 글로 정서를 관통할 수 있는 ‘핵인싸’를 꿈꾼다.

●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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