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파산법조계 "수빅조선소, 협력업체 기자재 구입비 현금 지급할 것"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이면서 해외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HHIC-Phil Inc.)가 필리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조선소의 계속기업가치가 산출될 것인지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회생절차에 들어간 수빅조선소는 기성고와 수주 잔고액에 따라 구조조정과 회생절차의 성패가 좌우된다. 필리핀 현지 법원이 수빅조선소의 계속 기업가치 판단에 수주잔액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은 사업을 지속할 경우 발생하는 계속기업가치가 파산했을 때 가치인 청산가치를 넘지 못하면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회계업계는 수빅조선소의 설비와 공장부지 등 부동산이 청산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빅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필리핀법인의 자산총액은 1조 8000억원 규모이며 지배회사 자산총액의 43.75%수준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부채는 약 9000억원이고 자기자본은 약8000억원이다. 한진 중공업이 그동안 납입한 자본금이 1조 9000억원인점을 감안하면 수빅조선소는 약 1조1000억원 가량 손실을 발생시킨 셈이다. 

구조조정 업계는 수빅조선소가 앞으로 최대 10년 안에 자산규모 이상의 수주량을 확보하는 회생계획안을 수립해야 회생절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2015년 세계 10위안에 들 정도의 수주잔량을 자랑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10여 년 동안 주로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다. 회사는 침체된 컨테이너 운송 시황의 부진과 이에 따른 선가 하락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업계는 살아나고 있는 조선 업황과 수빅조선의 현재 유동성 위기를 감안해 현시점에서 회생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수빅의 현재 주수잔량은 10여척이고 근로자는 약 4000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근로자의 규모가 수주잔량을 완성하기 위한 최소의 인원”이라며 “더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빅 조선소의 회생절차는 필리핀 올롱가포(Olongapo)법원에서 진행된다. 한진중공업은 “현지 법원의 심사 및 판결 등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회생절차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회생제도와 유사하다는 것이 파산법조계의 설명이다. 영미법계 회생절차에 따르면 필리핀 법원은 곧 수빅조선소의 자산을 동결하고 채권자들의 회수조치를 금지한다. 

◆ 협력업체 울상...파산법조계 “필수 협력업체 돈 지급할 것”

필리핀 법원이 수빅조선소의 자산을 동결하면서 국내 협력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수빅조선소의 미지급 물품대금은 7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는 부산지역 159개사, 경남지역 80개사, 기타 지역 45개사 등 모두 284개사로 조사됐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8일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회생신청으로 당일 경제부시장 주재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9일 오거돈 시장이 한진중공업을 직접 방문해 피해업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다.

8일 개최된 경제부시장 주재 긴급대책회의에서는 먼저, 협력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세제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으며, 기 시행 중인 중소기업 자금지원 중 “조선해양기자재기업 긴급자금지원 특례보증” 제도 등을 활용하여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필리핀 법원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회생절차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다면 주수한 상선을 건조하기 위한 필수 협력업체의 기자재 대금은 현금 지급을 허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존 미수금은 당분간 동결되더라도 향후 기자재 구입대금은 현금 지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 구조조정 업계 “구조조정 금융정책 나와야 할 때”

이번 기회에 대규모 회생절차에서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막을 수 있는 정부의 금융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일본의 최대 회생절차로 기록된 에어백 회사 다카타의 경우 정부가 ‘안전망 보증 1호’를 발동해 협력업체에 대해 대츨 금액의 100%를 보증하고 금융기관의 ‘안정망 대출’로 신규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의 안청헌 부회장은 “1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도산한 다카타의 경우 한 곳의 협력업체도 연쇄도산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연쇄도산을 대비할 수 있는 구조조정 금융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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