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억원 후반까지 떨어진 전세 급매도 등장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면서 강남권 전세시장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1만 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의 입주가 주변 전세수요를 빨아들인 탓에 인근 아파트 전세거래는 정체된 상태다. 헬리오시티 발(發) 공급 폭탄으로 전세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당분간 강남권 전세시장은 하락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게시된 시세표 모습. 사진=연합뉴스

◆ 강남 4구 아파트 전셋값 약세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조사 기준 1월 첫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마이너스 0.09%로 하락해 변동률을 유지했다. 서울은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주와 같은 마이너스 0.12%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규모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영향으로 주변 지역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지난 주보다 강동구는 0.30%, 강남구는 0.29%, 서초구는 0.28%, 송파구는 0.25% 각각 하락했다.

강남 4구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난달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강남권 전세수요가 헬리오시티로 움직이거나 대기하면서 인근 아파트 전세거래량을 끌어내렸다.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7억∼8억원대까지 거래됐으나 현재는 여기서 2억원 가까이 빠진 5억5000만∼6억원대 물건이 주를 이루고 있다. 4억원 후반까지 떨어진 전세 급매도 등장했다.

헬리오시티와 같은 매머드급 입주에 따른 전셋값 하락은 입주 후 두 달까지 이어지는 현상이다. 추가 하락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해당 지역에 갑자기 ‘집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 집들을 채울 사람들이 유입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거주 입주와 전세입자 입주를 포함한 아파트의 첫 입주는 동일 시기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시점에서 그만큼의 주거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워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연구원은 “헬리오시티처럼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보통 입주 전후로 전셋값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4억원 후반대까지 가격을 내린 전세 급매물이 출현한 데 대해선 “통상적으로 전셋값 대출에 전세금을 더해 그 집의 매매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데 전세 급매가 4억원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대출을 많이 낀 특이한 케이스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면서 “일반적인 전세 시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 “헬리오 효과 더해진 전세시장, 당분간 하락장”

헬리오시티를 시작으로 올해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권 전세시장에는 1만2000여가구(▲2월 1957가구 ▲6월 1900가구 ▲8월 1320가구 ▲9월 4932가구 ▲12월 1859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전셋값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서울 전체 전세시장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는 3월 말까지 잔금을 내야하는 집주인들이 그때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전셋값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은 낮은 가격을 부르니 할 수 없이 전셋값은 하향된다는 얘기다. 5억원대 매물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성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매매 거래절벽’에 더해 전셋값이 당분간 하락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겨울 이사 비수기에다, 지난해 이른바 ‘불수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군 선호지역에 대한 전세 아파트 수요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특히 서울 동남권역은 지난해 말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로 올해 강동구 입주물량(1만1000여가구)이 쏟아지며 서울 전세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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