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취임후 첫 4대그룹 총수 면담...문 대통령 "경제계 인사 만나라" 주문에 호응
재계 "이낙연 총리 면담, 경제계에 '유화 제스처' 보낸 것"
이낙연(왼쪽)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4대그룹 총수와 면담했다. 상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재계 안팎에선 정부가 이번 면담을 시작으로 기업들과 소통하며 일자리 창출, 투자확대 등을 당부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상 ‘유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은 이낙연 총리와 40분간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해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낙연 총리가 4대그룹 총수와 독대하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들은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된 만큼 기업 독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취지”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경제성장률·고용지표, 사실상 최악재계단체장 규제개혁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국정과제의 첫 화두를 '경제'로 잡은 것이나 이날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부진이 가장 아팠다"고 밝힌 점도 경제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전망했다. 이는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와 자본시장연구원은 2.6%,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5%다. 정부가 제시했던 ‘2년 연속 3%대 성장’이란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용시장도 얼어붙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업자 역시 107만3000명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금융위기의 충격이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재계단체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경제 지표 악화, 최저임금 인상 재검토, 규제개혁 등을 호소하고 나섰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자동차, 철강 등 주력산업들의 여건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많고, 설비투자 위축, 투자 기회의 고갈 등 구조적 장기 침체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가 외국기업들과 경쟁하는 우리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며 “누구나 원하는 분야에서 쉽게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회장뿐 아니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도 ‘불합리한 규제’와 ‘체감 경기 악화’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새해 인사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재계 “정부, 경제계 ‘유화 제스처’로 일자리 창출·투자확대 당부할 것”

재계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일까. 

문 대통령은 또 “정부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보완할 점을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노믹스의 3대 정책인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노선 수정을 예고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새해 인사회에서도 “산업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총리도 3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지난해보다 더 자주 경제인들을 모시고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겠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프다’ 발언은 경제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라며 “실질적인 고용주체인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가 재계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재계 사이에 봄기운이 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부쩍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게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당부한 점을 고려하면 소통의 물꼬를 트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새해 기조가 ‘혁신성장’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경기 회복에 따른 일자리 창출, 즉 소득주도 성장”이라며 “이낙연 총리도 이재용 부회장과 면담에서 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듣고, 일자리나 투자 등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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