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남모 부행장·홍모 인사부장 집행유예
이광구(가운데) 전 우리은행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이광구(62) 전(前)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전 행장은 고위 공직자, 주요 고객 자녀 또는 친인척을 특혜 채용함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이재희 판사) 재판부는 10일 지난 2015∼201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망 우려가 있다며 이 전 행장을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남모 전 국내부문장(부행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홍모 전 인사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른 직원 2명은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1명은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재희 판사는 "이 전 행장이 합격시킨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행원의 친인척인 경우"라며 "불공정성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유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또 "일반 직원 채용에 대한 업무는 은행장의 권한이지만, 법률을 위반하거나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로 (권한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의 공공성과 우리은행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은행장의)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공공성이 다른 사기업보다 크다고 할 수 있고, 신입직원의 보수와 안정감을 볼 때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직장이다.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고 그 기본이 공정한 채용"이라며 "어떤 조직보다 채용 공정성이 기대됐지만, 사회 유력자나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둔 것이 새로운 스펙이 됐다. 지원자와 취준생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주고, 우리 사회의 신뢰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은행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정원 간부의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재권자로서 업무방해를 주도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다만 우리은행이 채용 절차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구별되는 점이 있고, 면접관들도 선처를 바라는 점,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행장이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등에 소속된 고위 공직자나 고액 거래처의 인사 청탁, 우리은행 내부 친인척의 명부를 관리하며 이들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를 수사한 뒤 4명의 은행장을 포함해 총 3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중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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