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SKY 캐슬'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국내 교육 현실의 민낯을 고스란히 담은 JTBC 'SKY 캐슬'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1.7%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한 'SKY 캐슬'이 지난 5일 14회 방송에서 15.8%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 뭘까. 한국형 입시 현실을 바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점이 가장 크다. 'SKY 캐슬'은 사회적인 문제로 지목된 '사교육 열풍', '입시 문화'를 작품에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스릴러로 무섭게 다가왔지만, 극 속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사고들은 이미 현실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 일들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 극의 관심을 높이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SKY 캐슬'을 보는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 실제 사건 모티브
지난 5일 방송된 14회에서는 김혜나(김보라)가 발코니에서 추락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 후 일부 네티즌들은 김혜나의 뒤에 누군가 서있었다며 이 장면이 서울대 의대에서 있었던 청부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서울대 의대 청부살인' 사건은 의대 예비번호 3번을 받은 학생이 1번 학생을 청부살인했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 에피소드가 방송되자 마자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서울대 의대 청부살인’이 인기 검색어로 순식간에 치고 올라갔다. 이에 드라마에서도 예비번호를 받은 강예서(김혜윤)가 합격한 김혜나를 살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차세리(박유나)의 하버드 학력 조작 에피소드 역시 하버드-스탠퍼드 입학 위조로 2015년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수학 천재 소녀 '세라김 사건'이 모티브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극에 등장하는 대리 수행평가 등의 내용은 2년 전 광주의 모 고교 학생부 조작, 숙명여고 쌍둥이 성적 조작 사건 등의 현실을 반영한 내용으로 한차례 주목 받았다. 이처럼 충격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프 삼아 녹여낸 점은 이야기에 몰입도를 더하며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JTBC 'SKY 캐슬'

■ 다양한 '추측'과 '상상' 가능
웰메이드 드라마의 기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추측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그런 면에서 'SKY 캐슬'은 군말할 것 없이 웰메이드 작이다. 'SKY 캐슬'은 매회 호기심을 자극해 여러 설을 만들어낸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SNS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포스터 속 여주인공들이 검은 옷을 입은 것에 대해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것을 지켜보는 입장을 나타낸다'라고 해석했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김주영(김서형)과 한서진(염정아), 밝은 미소를 띄고 있는 노승혜(윤세아)와 이수임(이태란)의 대조되는 모습에 대해서는 김주영과 한서진이 안 좋은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포스터에서는 의자 높이에 주목했다. 한서진은 가장 높으면서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무사다리에 앉아 있고, 이수임은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서 있다. 이러한 모습은 한서진의 위태로운 가짜의 삶, 이수임의 강단 있는 성격 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양한 추측과 상상력을 발휘해 극의 뒷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곧 비시청자들의 관심으로도 이어져 크게 화제가 됐다.
 

JTBC 'SKY 캐슬'

■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같은 어록
매회 등장하는 사이다 같은 발언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부르는 포인트 중 하나다.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명대사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선사한다. 노승혜가 본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에게 분노하며 저녁으로 컵라면을 제공, "도무지 주부를 존중할 줄 모르니"라고 말하는 장면은 주부들의 속을 제대로 뚫었다는 평을 얻었다. 한서진은 시어머니에게 무시와 핍박을 받아 가면서까지 남편 강준상(정준호)의 병원 이사장 로비를 부탁했으나, 준상이 환자와의 마찰로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자 속 시원한 비속어를 날려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했다. 그는 "XX, 밥상을 차려줘도"라고 탄식해 웃음을 선사했다. 차민혁 진행의 독서토론에 참석한 이수임이 "완전 코미디네"라며 토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역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 한 대사였다. "독서토론이 아니라 사회자님의 생각을 주입하는 자리.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맞나"라고 말한 이수임은 대중의 답답함을 한 번에 해소해줬다.
 
■ 여성들이 이끄는 드라마
그동안 남성 서사 위주였던 드라마계가 여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그려나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높아진 여성의 위치를 극에도 반영하고 있는 것. 'SKY 캐슬'도 마찬가지다. 'SKY 캐슬'의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건 다섯 명의 여성이다. 자식의 서울의대 진학을 목표로 둔 엄마들의 치열한 몸부림이 그려진다. 이들은 또 주남대학교 대학병원에서 일어나는 남성들의 서열싸움 뒤에서 최고의 가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이러한 그림은 드라마 주 소비층인 여성들로 하여금 높은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또 그동안 수동적으로 소비됐던 여배우들의 활동 폭이 넓어졌음을 의미해 사회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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