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7년 염증성 장질환 약 6만명…궤양성대장염 4만·크론병 2만명
면역체계 지나친 활성화, 장 점막까지 공격
증상 없어졌다고 완치 X…평생 관리해야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최근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세균총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발생하며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서양인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됐지만 동양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증상이 사라졌다고 완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아진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제공= 고려대안암병원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진료 받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약 6만명에 달한다. 그 중 궤양성대장염이 4만, 크론병이 2만명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진윤태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로 15~35세 젊은 나이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을 때 생기면 평생 증상을 조절해야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자칫 소홀해지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철저히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외부 물질이라고 오인하고 공격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장 점막의 면역세포가 장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외부 인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활성화돼 장 점막을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유전적으로 장 염증에 취약한 사람에게 가공식품, 흡연, 항생제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발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점막에 다발적으로 궤양이 생기며 대장점막이 충혈되면서 붓고 출혈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염증이 몇 군에 떨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장에만 국한되어 발생하며, 어두운 색의 출혈, 점액 등이 변에 섞여 나오거나, 심한 경우 하루 수십 회의 설사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배탈로 생각해 발견 늦는 경우 많아

증상이 비슷한 과민성장증후군, 감염성장염, 치질 등으로 생각해 발견이 늦어질 수도 있다. 만약 관련 증상이 4주 넘게 이어지고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하고 대장내시경 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진윤태 교수는 “크론병은 대장에서만 발생하는 궤양성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느 부분에서도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소장, 대장 또는 두 곳 다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병변이 이어지지 않고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이 늦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계속 이어지고 잘 치료되지 않을 때는 대장내시경, 소장촬영 등 정밀검사를 실시해야한다.

◇ 증상 나아졌다고 완치? ‘NO’…평생 관리해야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사라졌다고 완치된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는 상태일 경우가 많으며, 과로, 과식, 감기, 스트레스 등 가벼운 자극에도 증상이 재발하기 쉽다. 또 급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되어 심한 설사와 출혈은 물론 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장천공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지만, 증상이 급격히 심해져 대량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대장 천공으로 복막염이 된 경우에는 대장의 전부 혹은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진윤태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재발의 횟수나 정도를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염증성 장질환은 반복되는 재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들이 많다”며, “환자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힘든 질환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해와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익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