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술력 인정 받아 경찰무선통신망 관련 장비 개발·공급
재난방송 중요성 커지자 영화 통해 영감 얻어 기술 개발
2017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하기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장비를 시연해서 직접 보고나면 많은 이들이 우리 장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반응을 보입니다”

‘디지털 음성 인터페이스 FM 재방송 중계장치’를 개발한 김상윤 남경텔레콤 대표는 “하지만 재난이라는 특수 상황과 FM 방송이라는 기술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대부분 관계자들은 기술 시연조차 호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자 산업에 종사하던 김 대표는 2003년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는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관련 업종으로 진입이 여의치 않았던 탓에 김 대표는 우선 대만, 인도 등 해외 통신 시장에서 중계기 등 관련장비 개발과 공급에 주력했다.

김 대표는 “A/S가 어려운 해외 중계기 제품들을 수리하고 제작 의뢰를 통해 개발을 진행하며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연구개발 과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과제 등을 통해 국내 시장으로 진입했다”며 “그 결과로 경찰무선통신망에 사용되는 TRS(Trunked Radio System·주파수 공용 통신) 중계기와 통신 장비를 RV 차량에 적용한 이동용 TRS 기지국을 개발했고 현재 전국 지하철, 주요 건물, 지하상가, 터널 등 다양한 장소에 남경텔레콤의 중계기 및 통신장비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김상윤 남경텔레콤 대표(왼쪽 끝)과 직원들./사진=남경텔레콤 제공.

◆관련 경험 바탕으로 2년 간 제품 개발 매진

이후 김 대표는 재난방송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소방, 경찰 무선망 등 재난 통신망과 연동을 위한 통신장비 개발을 2016년부터 진행했다. 그는 “평소 지하철, 터널을 포함해 곳곳에 중계기 장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하며 쌓인 경험이 있다”며 “경험은 안목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영화 ‘터널’을 보던 중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무너진 터널에서 생존을 위해 유일하게 나오는 수신이 가능한 라디오 채널로 정보를 취득하는 주인공을 보며 더 정교하고 안정적인 재난방송 시스템을 FM 방송을 통해 구축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현재 지하·터널 등에서 수신하는 FM 방송이 증폭방식의 중계기로 인해 입력 신호 차이에 따라 채널별로 수신감도가 다르고 중계기에 일부 비상 방송 기능이 사용 가능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할뿐더러 활용도 미흡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2년이 넘는 기간을 떨어지는 매출을 감수하며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재난방송·소방무선망과 인프라를 함께 사용하는 경찰 무선망 장비 개발·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장비와 차별화된 FM 재방송 중계장치 개발에 성공했고 2017년 11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도 수상했다.

남경텔레콤의 '디지털 음성 인터페이스 FM 재방송 중계장치'의 모습./사진=박재형 기자.

◆기술력 인정받았지만 장비 도입엔 여전히 소극적

좋은 기술을 개발했고 큰 상을 받으며 기술력도 인정받았지만 이 기술과 장비에 대해 관계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새로운 난관이 발생했다.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 필요성과 장비의 유용성을 단번에 받아들이고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 대표는 장비를 백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시연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설관리공단·행정안전부 등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시연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시연을 통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권한이 있는 고위급 관계자들을 불러다 시연을 해야한다”며 “하지만 엔지니어가 아닌 행정부처 관계자들이 우리 장비와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상부에 어떻게 보고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때로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 대표는 “좋은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더니 시장에서 독점 공급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겠냐며 사업 진행에 난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탄식했다.

터널 등 시설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전국에 있는 터널을 관리하는 관련 부처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시설관리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이 있다. 또 지자체에서도 지역 내 터널을 직접 관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담당부처에서는 자신들이 담당하는 일부 터널만을 위해서 ‘굳이 사업을 추진하고 중계기를 교체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는 철도터널과 지하역사에서 비상 시 방송을 시청하거나 청취할 수 있도록 전파 케이블 등 수신 설비를 2020년까지 1250억원을 투입해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가 관리하는 철도터널 784개소 중 200m 이상 터널 529개소와 지하역사 62개소에 대한 대규모 사업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대부분 안전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신기술이 적용돼야하거나 무언가를 추가로 설치해야지만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제품과 같이 기존 인프라를 충분히 이용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안전을 구축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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