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2025년까지 11조원 투자할 것"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배터리 시장 확대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 뛰어 넘을 것"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3사가 기해년(己亥年)에도 몸집 불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대응하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시장 주도권 잡기 위한 선제적 투자에 조(兆)단위의 거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새해 시작과 함께 조(兆)단위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를 발표했다. /사진=LG화학

◆ SK이노베이션·LG화학 새해 시작과 함께 조(兆)단위 투자 계획 발표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새해 시작과 함께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를 발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주청사에서 네이선 딜 주지사,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 당선자 등과 함께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16억7000만달러(약 1조8677억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보도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100억달러(1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투자가 진행되면 SK이노베이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100GWh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에 따르면 현재 연간 4.7GWh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량은 2022년에는 60GWh 그리고 2025년에는 10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6년 동안 20배 이상 몸집을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LG화학은 10일 배터리 분야 글로벌 신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남경 신강(新疆) 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1공장 및 소형 배터리 공장에 2020년까지 각각 6000억원,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이번 증설을 통해 전기차 뿐만 아니라 경(輕)전기 이동수단, 전동공구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중국 남경 빈강 경제개발구에 제2공장 건설을 위해 2조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폴란드 공장 증설을 위해 6513억원을 현금 출자한 바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말 생산 거점 확보에 3조원에 가까운 투자 계획을 알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 공장 증설을 위해 약 6200만달러(약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텐진과 시안에는 각각 8억달러(약 9000억원), 105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들은 외신에서 나온 것으로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사안"이라며 "현재 다양한 투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0일 보도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약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 전기차·배터리 시장 확대…中 자국 보호 보조금 정책 폐지 임박

이처럼 배터리 3사가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배터리 산업 역시 급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은 올해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 규모로 성장해 전체 판매 차량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0만대 규모였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40년에는 약 6000만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에는 모든 신차 판매의 55%, 전세계 차량의 33%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시장 규모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세계 배터리시장 규모는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에서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79조원)로 성장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세웅 삼성SDI 부사장은 "2025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1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490억달러(약 166조)를 뛰어널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2020년에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는 것도 배터리 3사의 대규모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업체들과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지면서 선제적인 투자로 생산 능력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일부에서는 타 산업과 비교해 진입 장벽이 높은 업계 특성을 근거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과점화 현상을 예상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상위 5개 업체가 배터리 시장의 80%를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행 거리가 대폭 향상된 3세대 전기차가 출시되고, 중국 보조금이 폐지되는 2020년 이후가 진정한 승부처"라며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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