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억나지 않는다...실무진이 한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 주목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출석 11시간 만에 조사를 마쳤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의 피의자 신문을 오후 8시 40분쯤 마쳤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서 열람을 마치고 자정 전에 귀가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의혹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 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만 4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서는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혐의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일컬어지는 판사 부당사찰, 인사 불이익 관련 혐의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실무진이 한 일”이라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도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즉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적 책임을 부인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태도를 고려하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검찰이 확보한 진술과 증거에 반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주요 사건 관계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어 양 전 대법원장과의 ‘말맞추기’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검찰은 심야 조사를 지양한다는 방침에 따라 조서 열람 시간을 감안, 신문을 비교적 이른 시간에 끝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다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말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한 번 더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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