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1월 효과’를 맞은 국내 증시가 다시 고비를 만났다. 지난주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관련 우려가 완화됐으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따라 코스피가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는 2020~2110이다. 지난 11일 지수는 전주 대비 3.2% 오른 2075.57에 마감했다.

◆ 美 셧다운 사태 장기화…증시에 부담

시장에서는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안을 두고 대치하면서 시작된 이번 셧다운 사태는 12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22일째에 접어들었다. 이는 1996년 1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최장 셧다운 기록(21일)을 넘어서는 것이다.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당분간 셧다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셧다운 사태가 길어질 경우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까지 셧다운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손실이 36억달러, 셧다운이 2주 더 연장됐을 때의 경제적 손실이 6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측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불안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든다면 미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펀더멘탈(기초체력)의 선행지표 격인 증시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오는 15일(현지시간)엔 영국 하원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가 진행된다. 하지만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반대 기류가 강해 투표 부결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파운드화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 글로벌 경기 둔화에 기업 실적 불확실성 확대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악화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43조2000억원으로 같은해 9월말 시장 예상치(51조6000억원)보다 16.3%나 감소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를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이 부각되면서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 정유, 기계, 운송, 제약·바이오 업종의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증시의 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와 수요 회복에 대한 긍정론이 전제되지 않으면 시장의 추세적 변화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시장 물줄기가 변화하려면 글로벌 거시경제의 자신감 회복과 국내 기업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세가 안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글로벌 경기와 제한적 반등과 단기 조정이 교차하는 박스권 교착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올해 기업 실적을 확인하려는 욕구와 경기 선행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 부정적 경기 지표 등은 코스피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지수는 좁은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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