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DGB금융회장, 은행장 겸직 '산넘어 산'...내부 갈등 심화
김태오DGB금융회장, 은행장 겸직 '산넘어 산'...내부 갈등 심화
  • 양인정 기자
  • 승인 2019.01.1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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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부, 겸임 반대 목소리 커져
김 회장 겸임 정당성 셀프 홍보 구설
DGB금융, 퇴직 임원 복직 금지 천명... 법적 태세 돌입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DGB금융그룹이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공식 선언하면서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은행장 겸직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에 대해 은행 내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김 회장이 겸직을 위해 여론을 호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DGB금융지주 이사회(이하 지주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를 열어 김태오 회장을 DGB대구은행장으로 추천,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 겸직을 결의했다. 당초 김 회장은 취임 초 겸직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내부 출신 은행장 선임을 약속한 바 있다. 

지주 이사회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공식 발표하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은행 내부통신망에는 김 회장이 약속을 어겼다며 이를 성토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아이디 초****를 사용하는 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겸직을 막아야 한다”며 “양대 노조가 어떻게 하는지도 지켜보겠다”고 글을 게시했다.  아이디 l***의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 당시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주사와 은행장을 분리하자는 명분을 내세웠다”며 “(은행장 겸직 선언으로)명분, 명예, 신의를 다 잃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 회장이 은행장 겸직과 관련해 겸직의 당위성을 '셀프 홍보'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은행 내부에서 그 처신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사회를 앞두고 은행장 겸직에 대한 당위성을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 퍼뜨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사회를 앞둔 지난 10일과 11일에 은행 및 언론 관계자에게 홍보라인이 아닌 개인 이름으로 은행장 겸직의 당위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총 3개로 이뤄진 메시지에는 퇴임한 대구은행 관계자 두 명이 김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해야 하는 이유가 담겨있고 은행의 한 임원에게 보낸 나머지 메시지에는 김 회장 스스로가 겸직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이 담겨있다. 김 회장은 이 메시지에서 “겸임을 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경력이 일천한 현직 임원중에서 선발하고자하니 검증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도덕성 문제로 일부 임원은 (은행장으로) 선택할 수 없었다”며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해 놓겠다”고 말했다. 

‘퇴직임원 관련 요청의 건’제하의 DGB금융지주의 공문. 공문에는 DGB금융지주는 퇴직 임원의 복직 반대를 위해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가 담겨있다. 사진=대구은행 관계자 제공
‘퇴직임원 관련 요청의 건’제하의 DGB금융지주의 공문. 공문에는 DGB금융지주는 퇴직 임원의 복직 반대를 위해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가 담겨있다. 사진=대구은행 관계자 제공

◆ 겸직 필요하긴 한데... 공감대 형성하지 못해

DGB금융지주의 재무구조상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구은행의 실적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DGB금융지주의 순이익 2932억원 가운데 DGB대구은행(2811억원)이 자치하는 비중은 96%에 달한다. 

또 재무규모나 효율성 측면에서 겸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은행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하루 빨리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3·4분기 순이익은 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고, DGB금융은 860억원으로 8.2% 줄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은행장 겸직에 대해 은행 임직원들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내 일부에서도 겸직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으나 김태오 회장이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은행 분위기를 전했다. 

당장 퇴직 임원들에 대한 복직 문제도 매끄럽지 못한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입수한 ‘퇴직임원 관련 요청의 건’이라는 DGB금융지주의 공문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퇴직 임원의 복직 반대를 위해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은행에 전달했다. 

공문에서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은 번복 가능성이 크다”며 “대구은행이 정해진 기간 내에 불복하고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임무 위배(배임)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또 DGB금융지주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퇴임임원들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대구은행 해고 임원 5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하다며 ‘인용’ 판정을 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들의 복직을 검토했으나 DGB금융 지주의 압박으로 주저하는 상황이다. 

대구은행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법적 절차를 사용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겸직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라도 대화와 포용을 통해 동의를 끌어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