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BMS 84조원·다케다 67조원 규모 M&A
가족 중심 경영·제네릭 중심…국내 제약사 M&A 발목
M&A보다 지분 투자 통해 파이프라인 다양화
글로벌 제약사들이 M&A를 통해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제약 공룡’으로 불리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굵직한 M&A(인수합병)에 나서며 몸집 키우기에 열중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개발 중인 신약을 기술수출하는 등의 성과는 거두고 있지만 규모 자체를 키우려는 노력은 미흡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일본 다케다 약품공업(다케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M&A를 연이어 추진 중이다. 이들 제약사의 경우 인수합병 규모가 수 십억원에 달해 ‘제 2의 도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M&A '빅딜‘로 몸집↑

BMS는 3일(현지시간) 바이오테크 기업 세엘진(Celgene)을 740억달러(한화 약 84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BMS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암 치료제 분야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엘진은 혈액암(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희귀질환 및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업체다.

이번 인수로 BMS는 몸집을 단숨에 키웠다. 2017년 매출액 기준 BMS의 세계 순위는 10권이었는데 세엘진과 가족이 되면서 4~5위로 순위가 껑충 올라갈 전망이다.

일본 다케다도 지난해 말 주주총회를 통해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규모는 640억달러(약 67조원)다.

샤이어는 희귀질환치료제 강자로 불리는 업체다. 주요 제품으로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바이반스’·‘애드럴’, 궤양성대장염치료제 ‘리알다’·‘펜타사’가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도 항암제 개발 전문 제약사 록소 온콜로지를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지난 7일(현지시간)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판매 중인 품목들이 대거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로 인해 유지했던 안정적인 수익원이 사라지면 제네릭(복제약)이 난립하면서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M&A를 통한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만이 글로벌 제약사 지위를 지킬 수 있는 해결책인 셈이다.

◆국내 제약사, ‘M&A’보다는 ‘지분 투자’

반면 국내 제약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을 이뤘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는 미미하다. 주로 기술수출을 통해 해외 파트너사에게 해외 판권을 넘기기 때문이다.

국내 1위인 유한양행은 한 해 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6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글로벌 순위는 약 80위로 추정된다. 세계 10위권 내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적어도 매년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과 비교해도 규모가 작은 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달려들고 있는 굵직한 M&A도 소식 들리질 않고 있다. 가장 최근 눈에 띄는 M&A 소식을 전했던 제약사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2015년 1046억원을 들여 한올바이오파마(한올) 지분 30%를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한올은 안구건조증 바이오신약, 면역항암제 등을 연구 중이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의 M&A가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이유로는 국내 제약사들이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경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보다는 다양한 제네릭을 소량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제약사와 겹치는 품목이 많아 M&A가 활발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사는 M&A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정적인 지분 투자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고 있다.

조헌재 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는 “국내 제약사의 경우 M&A보다는 신약 개발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의 지분 투자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 산업의 경우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유통망 확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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