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주, 지난해 베트남서 854만여 병 팔려
'낮은 도수' 선호 트렌드, 소주 인기에 영향
진로포차에서 술을 마시는 베트남 현지인들/사진=하이트진로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대표 술인 소주의 인기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베트남인들의 생활수준 변화와 한류 열풍이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박항서 매직' 효과까지 더해지며 소주 업계가 미소를 짓고 있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베트남·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이 속한 동남아 국가의 국산 소주 수출액은 1463만 달러(한화 164억원)에 달했다. 2017년 수출액 1255만 달러(약 141억원)를 가볍게 뛰어넘은 성적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인들의 소주 사랑이 남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팔린 소주는 854만여 병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과거 베트남에 수출되는 소주의 주 소비층이 교민이었다면 최근에는 교민을 포함한 베트남 현지인으로 확대되면서 소주 판매량이 급신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이 한국 소주에 대한 인기와 맞물리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이전보다 건강을 챙기게 된 베트남 국민들이 도수가 높은 보드카 대신 소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로 프리미엄 주류를 찾게 된 베트남의 소비 패턴 변화도 소주 매출 증가에 한 몫 했다. 소주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서민 술’로 여겨지지만 베트남에서는 보드카보다 비싼 술이다. 현지 식당에서 '참이슬' 한 병은 보드카와 비슷한 수준인 약 8000원에 판매되는데 소주 용량이 작아 더 비싼 셈이다. 

베트남에 참이슬을 수출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그동안 베트남은 증류주 중 보드카를 많이 소비해왔다”며 “경제가 성장하고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도주'를 찾는 베트남인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소주 수출 호조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진로포차' 외관(왼쪽), '순하리' 과일 소주를 시음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오른쪽)/사진=하이트진로, 롯데주류

국내 주류 업체들이 베트남에서 소주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10월 하노이 끄어박 거리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 문을 열고 참이슬 알리기에 나섰다. 롯데주류도 지난해 말 하노이에 처음처럼 플래그십 스토어인 ‘K-펍 처음처럼’을 열고 한국식 안주와 소주를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인들에게 ‘국민 영웅’ 대접을 받으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따라 소주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럽게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주와 함께 달콤한 과일맛이 나는 ‘자몽에이슬’ ‘순하리’ 등 과일 소주도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 소주는 베트남에서 최근 3년간 연평균 400%가량 늘어났으며 롯데주류의 순하리 시리즈는 2015년 첫 해외 수출 후 실적이 2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순하리를 수출 중인 롯데주류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고급 과일로 여겨지는 딸기, 복숭아맛이 특히 인기가 많은 편”이라며 “과일 향, 달콤한 맛 등이 인기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한류 바람을 타고 젊은 베트남 소비자층 사이 한국 술에 대한 인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증류주 주 소비층은 소득 중상위층의 남성이었으나, 최근 여성들의 선호도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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