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본사 어린이집도 소수만 선발…어린이집 관련 조치는 최하위 수준
파견직 등 비정규직 영향으로 노동자 수 낮춰
마트업계 “관련법 설치기준, 비현실적”
직장어린이집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대형마트들이 본사 지점을 제외하고 지역 점포에 여전히 직장어린이집 시설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 중 일정규모 이상 노동자 고용시 어린이집을 의무적 설치해야 함에도 지역마다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한 업체는 없었다. 이들은 본사 위주로 직장어린이집을 마련해놨으며 롯데마트의 경우 노원동, 부산에 추가로 직장어린이집을 지원하고 있었다. 

◆직장 어린이집, 일정 규모 이상 노동자 고용시 의무 설치

정부는 지난 2016년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했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의 경우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파견, 도급, 위임과 같은 고용 방식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면서도 파견직 근로자를 대거 쓰고 있는 대형마트가 대표적이다.

또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가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존재하는 차별 규정도 문제다. 현행법상 직장어린이집 우선 선발 기준에 ‘정규직 사원’ 등 고용 형태에 따른 근로자 차별이 있더라도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이에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년째 계류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장어린이집 원아를 모집할 때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사업주에게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할 경우 근로자의 고용 형태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 근로자가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업체들 본사에만 어린이집 운영…“관련법 설치기준, 비현실적”

국내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은 본사 지점에만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본사 지점에서만 직장어린이집을 마련해놨으며 롯데마트는 본사 지점과 노원동, 부산 세 곳에 직장어린이집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점의 경우 직장어린이집 설치기준에 부합되지 않을뿐더러 설치하기도 애매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마트의 경우 업종 특성상 외부 협력업체에서 채용해 보낸 근로자나 파견업체에서 뽑은 파견 근로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파견직 등 비정규직 근무자 수가 전체 80%를 차지하는 점포가 대다수다.

설치기준도 애매하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 시설은 1층에 설치하도록 지정돼있다. 1층부터 5층까지 보육 시설을 설치할 수 있지만, 영아반 보육 시설을 운영할 경우 1층에 우선 배치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의 경우 1층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고객 동선에 혼돈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게 업체들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몰에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20, 30대 젊은층이거나 40, 50대 노년층으로 어린이집이 필요한 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어린이집이 필요한 경우도 거의 없지만 현행법상에 1층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라고 규정한 것도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와 점포직원 차별 지적도…위탁운영 등 대책 마련 목소리 커져

업체 측과 달리 현장 노동자들은 위탁시설이라도 지정하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두세 점포를 하나로 묶어 직장 어린이집을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본사에만 있는 직장 어린이집을 둠으로써 본사 직원과 점포직원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점포직원은 “본사 지점과 근무하는 지점이 상당히 거리가 있어 사설 어린이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며 “보육대상 아동 수가 적다면 인근 점포와 묶어서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운영이라는 방법도 있을 텐데 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현행법상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직접 설치·운영하거나, 지역의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설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어 보육을 지원하는 업체들을 찾아볼 순 없었다.

대형마트 본사에 근무 중인 직원 A씨는 “본사 어린이집의 경우 적은 수만 선발하기 때문에 해당지역 직원들도 들어가기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경우 지역 점포 직원이 차지할 자리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장은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