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문재인 대통령, 김수현 정책실장·이재용·구광모 산책 중 '미세먼지' 대화
연구소 세우고 기술 개발 나선 삼성·LG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의 한 지하철역 전광판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임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김지영 기자]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산책 중 미세먼지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며 두 기업이 본격적으로 미세먼지 관련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두 그룹은 미세먼지 연구소를 세우는 등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광모 회장 등 기업인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참모진과 이 부회장, 구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등 기업인 9명과 25분간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이날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로 인해 산책 취소 이야기까지 나왔던 만큼 대화의 첫 번째 주제는 미세먼지였다.

김수현 실장이 “삼성과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한다”고 운을 띄었고 이에 이 부회장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구 회장은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답했다.

◆국민들 "미세먼지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미세먼지는 최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산책에 나섰던 지난 15일은 서울 미세먼지가 정점에 달했던 날이다. 이날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62㎍/㎥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매우 나쁨’인 75㎍/㎥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연일 최악 수준의 미세먼지로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섰고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는 ‘미세먼지’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달라는 청원이 잇따랐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늘면서 공기청정기 등 공기 질을 높여주는 가전제품의 인기도 치솟았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0만대에 불과했던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3년 사이 2배 성장한 200만 대에 이르렀다.

 LG전자 연구원들이 공기과학연구소에서 공기청정기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있다/사진=LG전자 

◆삼성·LG, 연구소 세우고 미세먼지 해결 위한 기술 개발 본격화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지고 수요도 많아지면서 국내 대표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기술 개발에 나섰다. 미세먼지를 제대로 잡겠다는 포부로, 두 기업은 나란히 미세먼지·공기 관련 연구소를 세웠다.

먼저 연구소 문을 연 것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 가산 연구개발(R&D) 캠퍼스에 공기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공기청정 기술 연구에 나섰다. 거실, 주방 등 집안에 유입된 미세먼지, 황사는 물론 탈취, 제균 등 공기를 맑게 바꾸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4일 미세먼지연구소 신설 소식을 알렸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 설립된 미세먼지연구소에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기술적 해결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단순한 제품 개발 측면이 아닌 미세먼지 생성 원인부터 측정·분석, 포집과 분해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이클을 이해하고 단계별로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인력과 관련 역량을 투입해 사회적 난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9명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 속 산책한 문 대통령·이재용·구광모…난제 해결할까

미세먼지에 따른 공기 질 하락에 대한 문제는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이웃나라 중국은 물론 태국, 인도 등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0%가 매우 심각하게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아가는데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대책 세우기에 나서고 있다.

태국의 경우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 씻어내기’에 나섰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태국 방콕시 일대에 물대포를 뿌린 것이다. 중국도 이 방법을 통해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지역적 문제로 실효성이 낮아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인공강우는 태국처럼 비구름이 잘 형성되는 온난다습한 지역에서 효과가 큰데 한국의 경우 미세먼지가 극심한 겨울철의 날씨가 맑아 강한 비를 만들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상황에 맞는 고유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과 LG의 연구소 설립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청와대 참모진과 세계적인 가전을 생산하는 삼성과 LG의 총수가 미세먼지 속 산책을 하며 관련 대화를 나눈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공기 청정 기술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세먼지

문재인 대통령은 요즘 미세먼지 감소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대책은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지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근 최악 수준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세먼지 감축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글이 밀려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 임기 안에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봄철 일부 석탄화력발전기 일시 셧다운 △강력하고 촘촘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수립 △친환경차 보급확대 및 전기차 충전 인프로 조기 구축 등을 내놓았다.

특히 미세먼지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발 황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장관급 회담 수준에서 논의되는 한?중 미세먼지 협력'을 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세먼지 책임을 강력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류유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지난 수년간 중국의 대기질은 크게 개선된 반면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상승했다”며 미세먼지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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