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어느 누구에게나 빛나고 겁 없던 시절이 있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16일 개봉)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홍장미(유호정)의 과거를 통해 엄마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식에게 치이고, 희생하는 엄마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감동을 자아낸다. 한 마디로 ‘효도영화’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1970년대와 1990년대로 나뉘어 전개된다. 어린 홍장미(하연수)는 낮에는 재봉틀을 돌리고 밤에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수를 향한 꿈을 키우며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 어린 명환(이원근)은 그런 홍장미의 모습에 반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리뷰

연애에 일에 밤낮없이 바쁘게 사는 홍장미는 우연한 기회로 어린 순철(최우식)과 함께 남성 듀오로 데뷔 문턱을 밟게 된다. 데뷔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던 어느 날 홍장미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만나게 된다.

파란만장한 청춘을 잊고 어느 덧 딸 현아(채수빈)를 위해 살아가는 엄마 홍장미(유호정). 녹즙기를 팔고 지하셋방에서 살지만 누구보다 씩씩하다. 친구 같은 엄마로 딸과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는 홍장미에게 어느 날 명환(박성웅)이 나타나면서 또 한 번 큰 사건이 터진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장미의 드라마틱한 삶을 통해 1970년대와 1990년대를 리얼하게 담아낸다.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대적 소품들과 음악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1970년대에는 쏠쏠한 웃음코드까지 담겨 있어 재미를 더한다. 또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장미와 명환, 순철(오정세)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엄마의 청춘과 과거를 다룬다는 점, 영화 곳곳에 깔린 음악 등 영화에 쓰인 설정이 ‘써니’(2011년)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주인공마저 유호정이라 ‘써니’의 그늘을 지울 수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위적인 설정과 신파 코드가 두드러져 아쉬움을 자아낸다. 엄마와 딸의 눈물 겨운 화해를 위해 갈등을 극대화하고, 한 여자를 향한 두 남자의 안타까운 순애보를 영화 곳곳에 배치하지만 그리 깊은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기존의 가족 코미디영화와 큰 차별점이 없는 점도 아쉽다. 초반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하다가가 어느 순간 신파영화로 돌변하는 가족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내공 있는 연기력은 돋보인다.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뿐 아니라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 역시 제 몫을 다한 연기를 보여준다. 유호정은 ‘그대 이름은 장미’를 두고 “관객들이 엄마와 꼭 한 번 봐야 할 효도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영화임에는 맞다. 다만 ‘큰 기대 없이’ 본다는 전제 하에. 러닝타임 126분. 12세 관람가.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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