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청용, 중국전 선발 출전 80분 활약
박지성처럼 '디펜시브 윙어' 구실
이청용이 중국과 경기에서 공수 맹활약을 펼치며 벤투호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블루드래곤' 이청용(31·보훔)이 박지성의 향기를 풍기며 벤투호의 3연승을 이끌었다. 완벽한 전술 소화와 창의적인 패스로 공수에 걸쳐 크게 기여하며 중국전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

이청용은 16일(이하 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나얀 경기장에서 펼쳐진 중국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C조) 3차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4-2-3-1 전형의 왼쪽 윙포워드로 기본 배치됐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선 벤투호의 앞 선에 이청용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황희찬, 손흥민, 황의조는 중국 수비수들 사이를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청용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청용이 중국전에서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해 한국의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심재희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청용의 기본 위치를 허리까지 많이 내렸다. 두 가지 노림수를 가지고 '베테랑' 이청용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했다. 하나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손흥민의 공격 공간을 더 넓게 펼쳐주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중원 숫자 늘리기였다. 이청용은 평소보다 아래로 내려앉아 벤투 감독이 바라는 밑그림을 잘 그렸다.

이청용의 변신으로 벤투호는 더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며 중원도 탄탄하게 구축했다. 이청용은 왼쪽을 중심(공격 방향)으로 중원 쪽으로 많이 내려오면서 상대 사이드백을 끌어올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이 공격 공간을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더블 볼란치 정우영과 황인범의 옆으로 서 미드필드를 두껍게 만들었고, 세트 피스 위기 상황에서는 수비에도 깊숙이 가담하면서 공격에 나선 수비수들의 몫을 담당했다.

마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디펜시브 윙어'라 불렸던 박지성 같았다. 윙포워드로서 공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원과 수비까지 커버하며 팀을 위해 헌신해 승리를 견인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조용하게만 있지는 않았다. 전반 2분 만에 후방에서 환상적인 로빙 패스로 황희찬의 결정적인 찬스를 돕는 등 '이청용다운 창의적인 플레이'로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청용은 미드필드 아래까지 내려와 공수 균형을 맞추는 임무를 완벽히 소화했다. /심재희 기자

부상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서지 못했던 이청용.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로 둥지를 옮겨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벤투호의 중심축을 잘 잡아주고 있다. 필리핀과 조별리그 1차전 후반전 교체출전 후 3분 만에 황의조의 결승골에 징검다리를 놓았고, 중국과 경기에서는 '변형 전형'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벤투호의 완승을 책임졌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박지성의 향기를 풍기며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블루드래곤이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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