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DGB금융 이사회 18일 소집...회장의 행장겸직 안건 승인절차 돌입
대구상공회의소 이어 경북상공회의소도 김 회장 겸직 찬성
"김 회장 약속 못 지키는 상황 예상해야"
3급이상 제2노조까지 등장...."행장 겸직 조직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대구은행 임원들과 대구상공회의소가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찬성하고 나선 가운데, 은행 노조가 김 회장이 은행장 겸직을 포기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 제 2노조가 곧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반대의사표시로 DGB금융지주를 상대로 가시적인 압박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다.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대구은행 제2노조는 은행내 중견급인 3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됐다. 대구은행에 3급이상 간부는 769명인데 이 가운데 120명이 제2노조에 가입돼 있다.  제2노조는 회장의 행장 겸임의사 철회를 위한 행동지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민 사회 단체 등과 연대해 가칭 “대구은행 바로 세우기 운동본부”만들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존 노조와 제2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행장 겸임으로 대세가 기운 분위기다. 장기간 은행장이 공석이었거나 대행 체제였던 상황에서 김 회장이외에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데 대부분 행원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회장의 행장 겸직 수용 분위기로 전환 

노조의 요구와 달리 DGB금융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일부 임원도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다.

앞서 대구은행 이사회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안건에 대한 논의를 18일로 연기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15일 오후 4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김 회장의 겸직 안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18일 오후 4시로 일정을 연기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외부의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11일 개최한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자추위)에서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체제를 가져가는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이사회의 안건 연기와 관련 대구은행 임원들이 김 회장의 겸직을 찬성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대구상공회의소와 경북상공회의소까지 나서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찬성하고 나서면서 김 회장의 겸직을 지지하는 상황이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DGB 금융그룹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시적인 조치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이를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했다. 경북상의는 이어 "대구은행은 혁신과 변화를 위한 체계를 구축해 상공계와 함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 경영이 정상화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 취임 8개월째 접어든 김 회장향한 강력한 리더십 요구도 강해   

일부 노조와 은행 내부의 여론에도 현 상황에서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은행 내부 인사를 은행장으로 선출해야 하는 당위와 적격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김 회장의 겸직을 대안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원이 행장이 되려면 최소 7년 동안 임원직에서 훈련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조건에 비추어 보면 현재 은행에서 이 같은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또 김 회장이 언급한 ‘한시적’ 겸직 제안도 미래를 예측하는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한시적(2020년 12월 31) 은행장 겸직 기간에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계획이 변화무쌍한 금융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김 회장이 약속한 시점에서 금융 환경이나 그룹의 상황이 급진적으로 변할 경우 은행장 분리가 오히려 조직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대구은행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왕 겸직을 하는 것이라면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지 말고 밀고 나갔어야 했다”며 “김 회장이 물러나겠다고 한 시점에서 은행장을 분리하지 못하면 김 회장이 또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되고 조직에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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