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조계, 범죄 사안 중대해 구속 필요 Vs 구속사유 찾기 어려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법조계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두고 엇갈린 예측을 내놓고 있다. 사법부 최고의 수장인 전직 대법원장에 영장심사인 만큼 영장발부는 어려울 것으로 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사유에 대해 향후 법원과 치열할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혐의를 부인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에서는 구속수감이 되면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등 방어권 행사가 어려워져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영장실질심사에 사활을 걸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는 40여 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법조계 "양 전 대법원장의 법리반격 만만치 않을 것"...철벽 방어 할 듯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겨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혐의의 사안이 워낙 중대해 구속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지만 법조계 중론은 구속영장발부가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구속영장이 발부될 성립요건은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의 신분인 점을 감안하면 도주의 우려가 적은 데다 이미 증거수집이 상당부분 이뤄져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다음에 양 전 대법원장의 법리적 반격이 만만치 않은 점도 영장기각의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사법의 정점에 있었던 전직 대법원장이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안다고 봐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미 검찰 조사 당시 피의자신문조서를 무려 33시간동안 검토했다. 검찰의 칼 같은 심문에 법적 방어가 가능하도록 면밀히 파악했을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이 같은 철벽 방어는 오는 22일께 있을 구속영장실질심사에도 재현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지난달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중 일부에 연루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검찰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앞서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서초동 소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한 구속영장을 대부분 기각해왔다”며 “혐의 입증에 대한 법리 다툼은 있겠지만 전직 대법원장으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연말까지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90%를 넘었다. 관련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율도 25%에 그쳤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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