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화장품주(株)의 한파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업황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경쟁 심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아모레퍼시픽은 17만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월 2일 연초 대비 10.9%나 내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아모레G는 5.9%, 잇츠한불는 3.0% 하락했다. 화장품 제조기업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또한 각각 8.9%, 3.6% 떨어졌다.

◆ 주요 화장품 기업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

지난해 4분기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650억원으로 한달 전 720억원에서 하향 조정됐다. 아모레G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가 810억원에서 720억원으로, 한국콜마는 320억원에서 310억원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수익성이 높았던 내수 시장이 고전하는 데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화장품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지난해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3월~5월의 높은 기저가 부담이다.

◆ 화장품 업황 저성장 국면 진입…불확실성 확대

특히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업황이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저성장 국면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평가다. 중국 화장품 소매 판매는 2017년 하반기부터 10%대 후반 성장률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졌고 10·11월의 경우 역성장을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 화장품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인 데다 신규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수출 실적 역시 최근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중소형 기업들의 성장세에 힘입어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그러나 12월엔 화장품 수출액이 1년 전보다 3% 감소했다. 이 기간 중국 수출의 경우 2017년 12월 대비 6% 줄었다.

또 중국 정부가 보따리상(따이공·代工) 활동을 규제하는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화장품 업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국내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면세점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11월부터 10%대 중후반으로 내려온 상황에서 보따리상까지 줄어들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유민선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자상거래법의 영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전자상거래법 관련 불확실성은 1월 면세점 매출이 확인되는 2월초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화장품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중국 화장품 판매 량, 화장품 수출 실적, 중국인 관광객 수 등 업황 관련 지표를 확인한 뒤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 화장품주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꼽힌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보따리상 감소에 따른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민선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면 보따리상 감소에 따른 면세점 매출 하락 부분 상쇄와 면세점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주요 상권에 위치한 로드샵 매출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전제된 면세점·로드샵 매출 증가는 화장품 업황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화장품 기업 주가의 추가 상승은 중국인 관광객 회복 정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화장품 업종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어들었으나 우려 요인들의 해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중국인 관광객 대폭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와 해외 현지 사업 등이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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