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증권사 보고서의 ‘매수’ 행진이 끝나지 않고 있다. 기업 정보를 얻으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보고서를 불신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금융당국은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보고서 제도 개선 방안을 시행한 2017년 9월 이후 1년 간 증권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수 의견 보고서가 76%를 차지했다.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전체의 2%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0.1%에 불과, 외국계 증권사(13%)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 부정적 기업 정보 누락…합리적 투자판단 어려워

증권사의 보고서는 기업 정보를 시장에 가장 빨리 전달하는 통로 중 하나다. 투자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정보를 확인한 뒤 투자 판단에 활용한다.

그러나 증권사 보고서가 낙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매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투자판단을 하려면 긍정적인 정보뿐 아니라 부정적 정보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증권사 보고서에 부정적인 정보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특히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도’ 의견이 나올 때마다 그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4월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고공행진하던 ‘제약·바이오주(株)’에 대해 거품론을 언급한 뒤 관련 종목들이 동반 급락했다. 같은해 7월에는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보고서 하나가 전기전자(IT)업종을 동시에 끌어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증권사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찾기 힘들다보니 장·단기 전망 등 애널리스트의 분석 내용보다 ‘매도’ 의견 자체가 주목받게 된다”며 “‘매도’ 의견의 무게감이 더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주목받는 대형주…부정적 의견 주저할 수밖에

증권업계에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형주일수록 보수적인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주 기업의 경우 증권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양측의 관계를 해칠 수 있어서다. 또 증권사와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많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걸려 있어 부담이 큰 데다 이들의 항의 전화까지 감당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형주, 즉 대기업의 경우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애널리스트를 기업설명회(IR·Investor Relation)나 기업 행사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 역시 증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줘야 하는 직원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을 담당 할뿐 아니라 법인영업부서와 세미나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권유한다. 이후 주문이 들어오면 그 수수료를 법인영업부서와 리서치센터가 분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 금감원 제도 개선 지속…실효성은? ‘글쎄’

금감원은 2017년 증권사 제도 개선에 대해 외국계·내국계 증권사 간 목표주가 괴리율 격차가 감소했으나 괴리율 공시 오류나 제도 개선 사항 이행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일부 증권사의 경우 형식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제도 운영상 발견된 오류와 이행 미흡 사항을 간담회 등을 통해 증권업계에 전할 계획이다. 또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필요한 개선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금감원이 증권사·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여러 조치를 시행했지만 증권사·애널리스트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따르기는 어렵다”며 “증권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의도를 이해하고 대책 이행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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