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유호정이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16일 개봉)를 통해 억척스러운 ‘딸 바보’ 엄마 홍장미를 연기했다. 엄마에게도 찬란한 청춘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유호정은 고난과 위기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주인공을 내공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모성애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 연기를 동시에 선보이며 베테랑 배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영화 ‘써니’(2011년) 이후 약 8년만의 스크린 복귀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그 동안 따뜻한 시나리오가 많이 없었다. 온전히 엄마를 보여준 작품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나리오도 많지 않았다. 내가 엄마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관객들에게 위로를 주는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다. 촬영 내내 행복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하연수가 어린 홍장미를 연기했는데 만족했나.

“연기를 참 잘해줘서 고마웠다. 사실 괴리감이 있을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여자로서 장미의 사랑과 꿈이 하이틴 로맨스처럼 잘 그려진 것 같다. 하연수가 노래도 잘 해서 가수를 꿈꿨던 장미와도 잘 어우러졌다.”

-채수빈과 모녀 호흡을 맞췄는데.

“채수빈을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주 만났다. (채)수빈 자체가 굉장히 성실하게 연기하는 타입이다. 연기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욕심도 낼 줄 안다. 할 몫은 다 해낼 줄 아는 책임감이 있다.”

-실제로도 장미처럼 친구 같은 엄마인가.

“우리 둘째 딸만 먼저 영화를 봐서 ‘난 어떤 엄마냐’고 물으니 친구 같은 엄마라고 답했다. 가장 친한 친구 같다고 했다. 딸이 15살이다. 아직은 내게 비밀이 없다고 하는데 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웃음) 영화를 보고 내가 너무 고생한 것 같아 슬펐다며 펑펑 울더라.”

-1991년 드라마로 데뷔 후 큰 공백 없이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원동력이 있다면.

“나도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할 지 몰랐다. 거의 30년이 흘렀더라. 사실 성격이 내성적이고 남 앞에서 나서는 걸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배우를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게 여전히 놀랍다. 평범하게 살림하면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 뒤 이런저런 고미니 많았는데 남편(이재룡)이 큰 힘이 돼줬다. 힘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내가 계속 배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재룡과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도 불리는데.

“결혼 생활 28년 동안 잉꼬일 수는 없는 것 같다. 살다 보니 서로 양보하는 게 많아지더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게 곧 양보인 것 같다. 그걸 희생이라고 느끼면 억울하지 않나. ‘내가 이렇게 참았는데 왜 이것밖에 못해?’라는 억울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게 둘 사이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니까 큰 싸움은 없다. 물론 매일매일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웃음)”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봐도 알 수 있듯이 40~50대 배우의 활약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던 것 같다. 40~50대 배우가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내가 결혼할 때는 결혼이 곧 여배우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나는 운이 좋아서 그 시기를 잘 넘긴 것 같다.”

-‘스카이 캐슬’을 봤나.

“편하게 드라마를 볼 여유가 없긴 하지만 2회 정도 봤다. 염정아가 오랜만에 나온 드라마라고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시청했다. 드라마 내용이 마음이 아팠다. 과장된 면도 있지만 현실에 없는 내용도 아니지 않나. 드라마 속 엄마들도 아이한테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는 거니까. (입시문제로)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마음이 아팠다.”

-아직 하고 싶은 장르가 남아있나.

“하고 싶은 건 로맨스다. 분위기가 있는 중년 로맨스를 하고 싶다. 이제 좀 강한 캐릭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했는데 이제 내가 느끼는 감성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나 소재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중년 로맨스 역시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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