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급부상…유통 1·2위 현지 경쟁
이마트, 3년 내 베트남 매장 5~6개 추가 출점…5000억 투자
롯데마트, 2020년까지 점포 87개로 확대
박항서 감독과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베트남 국민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베트남 시장이 ‘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하면서 대한민국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 1·2위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베트남 호치민에 대형마트 오픈을 목적으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12월 베트남 첫 점포인 호치민 고밥점을 열었다. 해당 지점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방점을 찍고 다양한 콘셉트의 코너를 구성했다.

노래를 즐겨 부르는 베트남 국민들의 특성을 반영한 ‘가라오케’ 코너는 물론, 80%가 넘는 오토바이 이용률을 고려해 지역 최대 규모의 주차장도 마련했다. 특히 300여명의 인력 중 95% 이상이 현지인이다. 법인장 역시 베트남 사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마트 고밥점의 이 같은 현지화 전략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매년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 /이마트

◆이마트, 베트남 현지화 전략 성공…사업 속도는 거북이

실제 이마트 고밥점 오픈 당시인 2015년 매출액은 12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 419억원, 2017년 520억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약 4233%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까지 449억원을 달성, 또다시 최대 매출을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신세계그룹채용박람회에서 3년간 총 5496억원(2018년 1383억원, 2019년 2135억원, 2020년 1953억원) 투자해 점포를 5~6개 정도 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롯데에 비해선 아직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롯데마트 베트남 빈증점. /롯데쇼핑

◆롯데마트, 베트남 점포 7배 이상 늘린다…사령탑 교체까지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08년 12월 호치민 ‘남사이공점’ 오픈을 시작으로 다낭, 나트랑 등 1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적도 긍정적이다. 롯데마트 베트남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740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 38.1% 증가했다. 누적 매출은 2120억원으로 사업 진출 초기인 2011년(62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는 오는 2020년까지 베트남 점포를 87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령탑을 문영표 대표로 교체했다. 그는 업계 내에서 ‘동남아통’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1987년 롯데상사로 입사해 2007년부터 롯데마트에서 근무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Makro)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동남아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롯데그룹

◆재계·유통, 왜 베트남으로 향하나

유통업계 1·2위인 롯데와 신세계가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08%나 증가했다. 2008년 이래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해 역시 7% 안팎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베트남 인구는 1억명으로 대한민국보다 2배가량 많다. 게다가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K-팝·푸드’ 등 한류까지 인기를 끌면서 블루오션(경쟁 없는 유망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지난해 출장 역시 베트남이 갖고 있는 위상을 방증한다. 재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나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정 부회장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나 신세계 모두 중국 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및 극심한 규제로 사업을 철수,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며 “반면 베트남의 경우 현지 정부 정책으로 인한 리스크가 적고 성장세가 빨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자국에 대한 투자·고용 확대를 강조하는 등 대한민국 기업에 매우 우호적”이라며 “현지 공략 전략을 잘 짠다면 새로운 캐시카우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동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