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한국 영화계에 다시 코미디 장르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내안의 그놈’을 시작으로 ‘극한직업’ ‘기묘한 가족’ 등 다양한 코미디 영화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0억 원 대 대작, 또는 범죄액션영화가 주를 이뤘던 한국영화계에 ‘가성비’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가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큰 기대 없었는데 ‘빵’ 터진다..가성비 코미디 인기

‘내안의 그놈’은 관객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코미디 영화로 꼽힌다. 우연한 사고로 제대로 몸이 바뀐 아재 판수(박성웅)와 왕따 고등학생 동현(진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돌그룹 비원에이포(B1A4) 출신 진영과 박성웅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12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스타 캐스팅의 부재, 총 제작비 45억 원에 불과한 중·소규모 급 영화로 100억 원대 대작이 쏟아진 영화들과 비교해 열세였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인 ‘말모이’에 밀려 2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개봉 전 인지도가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관계자는 관객 감소율이 적어 200만 명 동원을 내다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내안의 그놈’의 흥행 이유에 대해서는 “코미디 장르에 매우 충실한 영화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지난 해 연말 개봉한 대작들이 워낙 무겁다 보니 코미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말맛’ 코미디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 역시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에서 위장 잠복근무를 하다 그 치킨집이 예상치 못한 맛집으로 화제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스물’(2015년) ‘바람바람바람’(2018년)을 통해 위트 있는 대사와 연출을 과시한 이병헌 감독의 장기를 볼 수 있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 배우들의 슬랩스틱 몸개그와 기발한 상황 등이 더해져 재미를 준다.

최근 한국 영화·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좀비물이 코미디로 돌아온다. 내달 14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나타난 좀비와 동거를 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재치 있는 시선으로 풀어냈다.

기존의 영화 속 좀비는 주로 도시에서 출몰하고 극강의 공포감을 형성하는 ‘괴수’로 표현돼 왔다. 그러나 ‘기묘한 가족’ 속 좀비는 어리바리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좀비에 물리면 ‘회춘’한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색다른 웃음을 안길 전망이다.

■ 다시 열린 코미디 전성시대 ‘왜?’

충무로 관계자들은 상반기 극장가는 코미디 영화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 할 기대작이 없을뿐더러 수많은 정치·. 범죄물에 관객들이 지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영화 관계자는 “무거운 영화 대신 신선한 재미가 담긴, 웃음 타율이 높은 영화가 당분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려 697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럭키’(2016년) 이후 한국 코미디 영화는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또 다른 영화 제작사 대표는 “‘럭키’의 흥행 이후 코미디 제작이 활성화 된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코미디 영화와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신선하게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며 “단점을 들키지 않고 웃음 타율이 높은 영화라면 빠듯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상반기 극장가는 코미디 영화가 인기를 얻을 만큼 당분간 이 기세는 계속될 예정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 1281만 명), ‘수상한 그녀’(2014년, 865만 명), ‘그것만이 내 세상’(2018년, 341만 명) 모두 상반기 극장가에서 인기를 얻은 만큼 새해에도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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