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넥슨 인수 위한 투자설명서(IM) 가져가
삼성-넥슨, 과거 '던파' 배급으로 인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두마리 토끼 잡을까
삼성전자, 넥슨 인수전 참여하나 23일 투자은행(IB)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전략적 투자자 중 최초로 넥슨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넥슨 인수전이 삼성전자의 참여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중국 텐센트나 사모펀드 등 해외 자본이 아닌 국내 기업이 유력 인수처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투자은행(IB)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전략적 투자자 중 최초로 넥슨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 중 최초다. 넥슨에 대한 예비입찰은 다음달 중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넥슨 인수를 공식화한 곳은 중국 텐센트를 비롯해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이다. 사모펀드 칼라일과 MBK파트너스 등도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월트디즈니, 일렉트로닉아츠, 액티비전블리자드, 소프트뱅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넥슨 인수한다면…‘소프트웨어’ 시너지 기대

삼성전자는 과거 ‘던전앤파이터’로 넥슨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5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는 네오플이 제작을, 삼성전자가 배급(퍼블리싱)을 맡아 같은 해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던전앤파이터 일러스트, 테마 등을 담은 유저를 위한 한정판 컴퓨터를 제작해 판매하는 등 던파와 활발한 협업을 진행했다. 

이후 2008년 넥슨이 네오플을 인수하며 변동이 생겼다. 2010년 10월 25일자로 삼성전자와 네오플의 배급 서비스 계약이 종료되며 넥슨이 배급을 맡기 시작했다. 던전앤파이터를 통한 매출 역시 네오플-삼성전자 공유 구조에서 네오플-넥슨 공유로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소프트웨어 분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가 넥슨의 개발 인력을 품고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앱이나 위젯,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 등 소프트웨어 개선에 이점이 생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던전앤파이터 유저를 위한 한정판 PC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던파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단축키와 특수 키보드는 물론 일러스트, 테마 등을 함께 담았다./사진=삼성전자

◆ 게임업계, 삼성전자 참여 소식에 ‘술렁’

게임업계에서도 반향은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 게임라운지에는 이날 삼성전자의 넥슨 인수 가능성을 두고 해외 자본에 인수되는 것보다는 국내 기업에 가는 것이 낫다는 긍정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 종사자 A씨는 “삼성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인수할 경우 기업 이미지나 복지 등 직원들에게도 더 좋을 것”이라며 “넥슨이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고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만들어 AR·VR게임 등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등 우려는 남아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인수한 기업 10여곳을 자사로 흡수하거나 시너지가 나지 않는 조직은 과감히 청산하며 활발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인수한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유럽 법인을 지난해 정리했고 오디오 및 전장업체 하만의 종속기업 아디티 테크놀로지(Aditi Technologies)도 청산했다. 2011년 인수한 미국 의료기기업체 넥서스(Nexus)도 지난해 6월 인수 7년만에 재매각했다.

게임업계 관계자 B씨는 “넥슨이 동종업계가 아닌 곳으로 인수될 경우 조직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10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킬 경우 그 값어치만큼을 내기 위해 조직 개편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 아픈 손가락 ‘e삼성’ 꼬리표 뗄까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을 들였던 ‘e삼성’과 관련한 꼬리표를 뗄 지도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인터넷 벤처 지주회사인 e삼성을 설립하고 14개 계열사를 구성했다. IT 비즈니스와 인터넷·벤처사업을 위해 출발한 e삼성은 이 부회장이 야심차게 이끈 주력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e삼성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설립 첫 해 e삼성과 6개 해외법인은 141억원의 적자를 냈고 e삼성이 투자한 회사들도 줄적자를 내며 총 1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만다. 결국 설립 이듬해인 2001년 7월 이 부회장은 e삼성 보유 지분을 제일기획과 삼성SDI 등 계열사에 넘겼다.

이번 넥슨 인수를 계기로 e삼성 꼬리표를 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와 넥슨·NXC 등은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넥슨 인수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으며 넥슨 관계자 역시 “보도를 통해 알게 됐을 뿐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의 넥슨 인수 소식에 관련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지티와 넷게임즈 등 넥슨 자회사 주가가 요동쳤다. 넥슨지티는 이날 장초반 1만5950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소폭 내려 전일보다 0.74%(100원) 오른 1만3600원에 마감했다. 넷게임즈 역시 역시 1만2650원까지 상승했다가 전일보다 1.64%(200원) 내린 1만2000원으로 마쳤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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