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배우 박훈의 13년 차 연기 경력은 tvN 토일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07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데뷔한 박훈은 2016년 '태양의 후예'를 통해 드라마계에 첫발을 내디디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후 계속해서 대중의 시야에 머문 박훈. 그는 이번 차형석 역을 통해 '차좀비' 애칭까지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오랜 공력에도 일관된 겸손한 태도 때문일까. "'진행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서 연기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송재정 작가가 "작품의 출발점은 모바일 게임 '포켓몬GO'"라고 했는데, 알고 있나.
"기사를 통해 알았다. '포켓몬GO'를 하다가 '알함브라' 스토리를 구상하셨다더라. 작은 상상이 이렇게나 발전하다니, 그저 신기했다.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데, 생각하는 건 훨씬 젊으신 것 같다. 대본을 받았을 때 스토리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 된다면 해보고 싶었다. 상상력 풍부한 작품을 구현해내는 작가님과 사실적인 질감을 표현하는 감독님의 시너지가 궁금했다."
 
-실제로 게임 즐기는 성격인가.
"'스타크래프트' 이후로는 게임을 안 한다. 증강현실(VR) 게임은 아는 선배 집에서 한 번 해보긴 했다. 게임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롤플레잉 게임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NPC(플레이어에게 퀘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임 속 도우미 캐릭터)가 뭔지, 던전이 뭔지 잘 몰랐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긴 하더라.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날로그가 더 좋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안 하기 시작했다. 가상 보다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3회 만에 사망했다. 이후 똑같은 옷과 분장, 표정 연기했는데 아쉽지 않았나.
"그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대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없애는 작업을 했다. 예를 들면 '나 너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고 몸짓, 감정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연극했던 게 많이 도움 됐다. '옷도 한 벌에 연기하기 쉽겠네'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옷 여러 벌에 대역분들도 계셨다. 또 차형석이 한 번 나오려면 스태프가 3~4시간 동안 메이크업부터 해서 비와 천둥 효과까지 모든 걸 준비해야 했다. 스태프들이 고생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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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반응은 어땠나.
"3회 만에 사망한 것에 가장 크게 놀라신 분은 부모님이다. 아들이 해외에서 오랫동안 촬영하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죽으니까 당황해 하시더라. 게임 속에서 피 흘리며 다시 살아났을 때 또 한 번 놀라셨다. 그런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차좀비', '사이버 좀비'라는 애칭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너무나도 기분 좋은 애칭이다. 배우가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를 통해서 재미를 드리기도 해야 된다.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가 아니더라도 사람들한테 회자되는 그런 극적 재미가 아닌가 싶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되는 거 보고 굉장히 큰 희열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차형석 캐릭터를 사랑해주시는구나 생각이 들어 고마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해외 촬영 때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어느 날 식탁 위에 떡볶이가 놓여 있었다. 알고 보니 박신혜 씨가 현지 한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100인분을 준비한 거였다. 그때 '아, 저 아이는 예쁨을 넘어 아름다움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 챙기는 능력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위해 손수 떡볶이를 만들어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던지. 요리 실력도 준수하더라. (웃음)"
 
-'태양의 후예' 이후 주연까지 얼마 안 걸렸다. 연극으로 쌓은 연기 내공 때문일까.
"전형적으로 '운'이다. 사실 속도는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개념에서는 느릴 수도, 빠를 수도 있다. 일반적인 속도보다는 빠른 것 같긴 하다. 능력이 있어서 그런가. (웃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데, 늘 이렇게 비유한다.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지만, '바다에서 빈 페트병을 계속 던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던진 페트병은 물살에 휩쓸려 우연찮게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또 어디론가 휩쓸려 가기도 한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 같다. 중요한 건 던진 페트병이 뭍으로 나온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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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내용보다 판타지, 장르물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딱히 이유는 없는데, 선 굵은 외모 때문에 그런 작품 위주로 섭외가 들어오는 것 같다. 저한테 일반적이지 않은 색채가 있는 것 같다. 이질감이 들 수도 있지만, 때론 그런 모습이 작품에 잘 묻어나는 것 같다."
 
-차기작 SBS '해치'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맡았나.
"왈패 조직의 우두머리이자 이름난 광대 달문 역이다. 거리의 왕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실제 왕의 뒷배가 되는 캐릭터다. 때로는 적이 되기도, 친구가 되기도 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배우로서 불리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어떤 수식어로 불리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배우라는 게 한, 두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 기분 좋은 칭찬을 받으면 좋지만, 때론 질책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 역사가 좀 쌓였을 때 평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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