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고급증·수요부진 우려에 설비투자 대폭 줄여
메모리 업황 ’상저하고‘…하반기 개선 기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늘며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덕호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매출, 영업이익 부문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4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까지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SK하이닉스는 '2018년 4분기 경영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갖고, 2018년 매출액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 순이익 15조5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34%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52%, 46% 증가한 수치다. 

연간실적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메모리 수요가 둔화됐고, 경쟁사들의 공급량 증가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이에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조938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실적을 냈고, 영업이익 은 전분기 대비 32% 줄어든 4조4301억원, 순이익 은 28% 감소한 3조3979억원을 기록했다. 

◆ 문제는 올 상반기…재고급증·수요부진 우려 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올해 D램과 수요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10% 중후반대로 예상했다. 또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부문에서의 성장률도 30% 후반 수준으로 잡는 등 지난해 대비 낮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IT 전반의 수요 둔화, 거시경제 불확실성,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감소 부문의 문제가 심각하다. SK하이닉스 측은 데이터 센터(IDC) 업체들이 지난 2년간 공격적으로 데이터 용량 증설했지만 해당 사업이 마무리 수순에 있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 반도체를 비롯해 인텔의 CPU 공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품 전반의 수요 감소 가능성도 커졌다. 

늘어난 재고도 부담이다. D램의 경우 지난해 초 1조원 후반 수준의 재고를 보유했지만 2018년 연말에 들어서면서 3조원 중반대로 급증했다. 낸드플래시 부문 재고는 3분기 말 4주 수준이었던 재고가 4분기 말에는 9주 수준으로 급증했다. 

또 1분기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서는 만큼 추가 재고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 어두운 전망에 설비투자 40% 축소

다소 어두운 시장 전망에 따라 설비투자(CAPEX·케펙스) 규모도 크게 축소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약 17조원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올해 투자는 전년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거시경제 변동성과 예상 대비 시장의 약세 흐름을 적극 반영해 설비 투자 계획을 40% 가량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설비 투자 금액은 2017년 수준인 약 10조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버와 모바일 중심으로 전반적인 수요 약세가 예상되고, 이에 따른 출하량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적정 수준의 생산 수준만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설비능력 감소에 대한 보완 투자, 공정 상황 조절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도 투자를 줄이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개발(R&D), M16 신규 팹(Fab) 건설 등 미래성장 기반을 위한 투자는 축소하지 않고 유지할 계획이다. 

◆ 메모리 업황 ’상저하고‘…하반기 개선 기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서버와 PC,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메모리 수요 비중은 '45:55' 또는 '40:60'가 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 서버 고객 재고 조정, 공급자의 재고 소진 등의 전략이 겹치며 예상보다 수요 둔화 속도와 폭이 빨랐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난해의 영향으로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작 △64기가바이트 이상 고용량 모듈 수요 증가 △계절적 이벤트 △상반기 내 재고 조정 마무리 등이 이뤄지며 다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PC와 모바일 시장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 탑재율이 늘고 있는 점을 긍정 요인으로 들었다.  

PC SSD의 경우 512기가바이트 이상인 제품 채용이 늘었고, 멀티플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고사양화가 진행되면서 메모리 역시 128~256GB로 늘어나는 것을 고무적으로 봤다. 

김정태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마케팅 담당 상무는 “낸드 가격 하락으로 손익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중장기적 낸드 수요의 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 부문 판매 및 점유율을 늘리고 캐파 최적화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업용 SSD 판매 확대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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