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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시동을 건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로서 성공 경험을 살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단기간에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성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인터넷전문은행 4년 만에 재도전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오는 3월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신청을 접수한 뒤 두 달간 심사를 거쳐 5월 중 예비 인가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본인가와 전산 설비 구축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2020년 상반기 안에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

전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는 예상대로 키움증권과 키움증권의 대주주인 다우기술이 참석했다. 다우기술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여를 공식화한 유일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꼽힌다.

앞서 키움증권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으나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에 막혀 신청을 포기한 바 있다. 다행히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벌’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 지난 17일부터 시행되면서 키움증권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길이 열렸다.

◆ 온라인증권사 성공 경험…개인투자자 고객 기반 강점

키움증권의 최대 강점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해 온 증권사라는 점이다. 2000년 출범과 함께 국내 최초 온라인 전문 증권사를 표방하면서 2005년부터 국내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경우 온라인증권사로서의 노하우와 개인투자자 고객 기반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올해 프로야구 구단 ‘키움히어로즈’의 탄생 역시 키움증권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과 무관치 않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1월 서울히어로즈와 명명권(Naming Rights·명명권)을 중심으로 한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후원 비용만 연간 100억원에 달하지만 신사업 진출 전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투자라는 게 키움증권 측의 설명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ICT기업인 다우기술을 모기업으로 두고 온라인 증권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며 “다우기술의 기술력과 키움증권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키움증권은 교보생명, SBI홀딩스와 컨소시엄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 중이라는 추측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월 중 컨소시엄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인터넷전문은행 시너지 확보 및 수익성 개선에 시간 소요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이 위탁매매 수수료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나 증권사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좋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증시 부진 및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타개할 만한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키움증권이 금융당국의 인가 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낼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를 감안했을 때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며 “보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대출을 출시할 수 있느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수익 다각화를 꾀하는 측면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키움증권의 사업 모델과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시너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만든 카카오 등 핀테크(fintech) 기업들이 증권업 진출을 노리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는다면 기존 금융지주 계열사 증권사들이 그와 경쟁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들까지 증권업에 들어오는 만큼 키움증권이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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