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반도체 수요 예측 여전히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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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株)가 모처럼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으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그간 반도체 기업의 하락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덕분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전망에 대해 엇갈리는 시각을 드러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00원(3.95%)원 오른 4만4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일 연초 주가(3만8750원)보다 15.5% 상승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전일보다 4100원(5.82%) 상승한 7만4600원에 마감, 같은 기간 23.1% 상승했다.

◆ SK하이닉스 “하반기 업황 개선 가능”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9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예상치(컨센서스)인 5조2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지난 8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조원,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13조3000억원)를 대폭 밑돌았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동시에 전해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호실적에 힘입어 관련 기업들까지 강세를 보이자 국내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램리서치(Lam Research), 자일링스(Xilinx) 등은 이튿날 각각 6.91%, 15.70%, 18.44%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5.73%나 상승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반도체 기업에선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는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7억 달러(약 2조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도 거의 같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로 정부 주도의 반도체 자급 정책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동안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지난 24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 업황이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부진 후 하반기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은 “상반기부터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부터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고객들이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와 계절적 이벤트 등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증권가 반도체 업황 두고 엇갈리는 전망

다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 측의 설명대로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 회복 추세가 기대된다”며 “반도체 수요 중심 축이 기업·소비자간 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변화,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 축적을 시작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 이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업황 회복 시기를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로선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조절 노력에도 재고가 증가하고 전방 수요 전망이 나빠지는 등 예상보다 업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PC·데이터센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업황 턴어라운드 시기가 내년 1분기 이후로 순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투자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하드웨어 업그레이트 투자 역시 D램(DRAM)보다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 “대외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반도체주 방향성 결정”

이처럼 반도체 업황 전망이 엇갈리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방향성에 대해서도 증권사마다 다른 예측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와 KB증권은 전일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각각 6만2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7만5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KTB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8만1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내렸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로는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 요소가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해소되지 않자 반도체 고객사들의 수요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대외 불확실성 요소의 완화 여부에 따라 반도체주의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라 구글·아마존 등 데이터 센터 등의 투자가 속도를 내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현재 반도체 기업의 주가 반응은 악재에는 둔감해지고 호재에 민감해진 시장의 성격변화를 보여준다”며 “단기 급등 이후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향후 진행될 정보기술(IT) 대형주들의 실적 발표 및 경제지표, 그리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미·중 무역협상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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