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한민국, 카타르와 8강전 패배
대한민국, 카타르 벽에 막혀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실패
대한민국, 카타르에 덜미. 벤투호가 카타르의 벽을 넘지 못하며 2019 아시안컵 우승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2019 아시안컵 개막 전 한 스포츠단체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서 질문을 받았다.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아시안컵 우승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답했다. "우승 가능성을 30% 정도로 봅니다."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우승 가능성을 너무 낮게 점치는 게 아니냐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솔직히 30%면 매우 높게 본 확률이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볼 때 우리나라가 아시아팀들을 압도할 만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고, 대회가 중동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중동팀을 안 만나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두 번 이상은 대결할 것 같습니다. 중동팀들을 2번 이상 연속해서 단판승부에서 꺾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예상이 현실이 됐다.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만 중동의 강팀이 아니다. 이라크, 카타르, 바레인,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벤투호가 토너먼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중동 팀들은 모두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들이다. 그 가운데 돌풍을 몰아친 카타르에 덜미를 잡혔다. 벤투호가 12경기 만에 첫 패배의 쓴잔을 들었고,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져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카타르와 경기 전 승리 확률을 50-50으로 봤다. 카타르의 상승세, 중동 이점, 팀 컨디션을 모두 고려할 때 반-반 예상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결국 힘의 배분과 집중력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 벤투호가 대등한 흐름 속에 두 부분에서 밀렸다. 프리킥이 골대를 맞는 등 운도 없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엉덩이를 다소 뒤로 뺀 카타르를 맞이했다.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오가는 카타르를 상대로 전반전 내내 주도권을 잡았다. 공 점유율을 높이며 찬스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실속을 못 챙겼다. 패스 미스를 남발했고, 세트 피스 공격도 위력적이지 않았다. 상대 밀집수비를 파고 드는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롱 볼, 얼리 크로스, 중거리 슈팅도 거의 없었다. 전반전에 기록한 유효슈팅이 0이었다.

후반전 들어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전반전에 힘을 비축한 카타르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맞불 분위기가 형성됐다. 카타르가 전형을 올리면서 한국은 전반전보다 공격 공간을 좀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고, 황의조의 중거리포 등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후반 31분에는 이청용이 얻어낸 프리킥을 김진수가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연결하며 골대를 맞혔다. 절호의 찬스를 놓친 뒤 집중력이 떨어졌다. 압둘아지즈 하템에게 왼발 중거리포를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한국은 구자철, 지동원, 이승우를 투입하고 김민재를 최전방으로 올려 추격전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만 급할 뿐 공격이 부정확해 동점골을 터뜨릴 수 없었다. 두드리다 많이 지쳤다. '에이스' 손흥민도 발이 무거워져 제대로 상대 진영으로 침투하지 못했고, 뻔히 보이는 롱 볼 공격은 카타르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이번 대회에서 벤투호가 남긴 성적은 4승 1패다. 연승 행진으로 8강까지 달려왔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4연승에 걸맞지 않았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팀들을 쉽게 요리하지 못했다. 공격은 무디고, 중원과 수비는 뭔가 모르게 부실했다. 대회 중 중원사령관 기성용이 빠지면서 크게 흔들렸고, 믿었던 손흥민의 위력도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은 상향평준화 된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고전하면서 현주소를 발견했다.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고 벤투호에 지나친 비판을 가해서는 곤란하다. 중요한 경기를 졌지만, 출범 후 12번의 A매치에서 이제 단 한번 패했다. 이번 대회 전 우승후보 빅4로 평가 받은 일본과 호주도 쉽게 경기를 풀지 못했다. 언제나 중동 원정이 힘들 듯, 긴 여정의 중동 대회를 우승까지 완벽하게 치러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결과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얻은 숙제를 발판 삼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어쨌든 또 한번 느끼는 부분. 아시안컵 우승이 이렇게 어렵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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