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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신정원 기자] 개성 있는 연기로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배우 이이경이 또 한 번 성장 일기를 기록했다. 바로 MBC 수목극 '붉은 달 푸른 해'를 통해서다. 이이경은 아동학대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뤄야 하는 부담에도 촬영 내내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그동안 '으라차차 와이키키', '고백부부' 등을 통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각오가 남달랐다. 이이경은 붉은 울음의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강지헌을 맡으면서 그동안의 캐릭터 연구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이야기했다.

-'아동학대' 소재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살면서 '아동학대'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있냐고 물었더니, 현실은 더 심해서 드라마로 담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나마 추리고 미화한 게 이 정도라고 하더라.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눈물 흘리는 걸 보면서 연기해야 했지만, 그 속에서 중요한 메시지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강력한 힘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악플'까지 각오하고 연기했다던데,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제 얼굴만 봐도 웃기다는 분들이 있다. 그동안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를 다룬 무거운 내용이다. 흉내만 냈다가는 들통나는 건 물론이고, 작품에 피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다. 사실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 회사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다들 믿어주셔서 나도 열심히 준비하게 됐다. 악플 받을 각오까지 하면서 열심히 임했고, 마침내 이겨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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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정 작가의 밀도 높은 대본, 어떻게 풀어나갔나.
"대본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캐릭터 잡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꾸면서 설명을 해야 했다. 감독님이 '누구나 아픔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 생각으로 대본을 읽었다. 모든 걸 쏟아붓지만 통쾌한 장면이 없는 것도 고생이었다. 가장 좋았던 대사는 작품 말미 '나 스스로 자랑스럽지가 않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종영날 새벽 3시쯤 찍은 장면인데, 그럼에도 집중하면서 찍은 신이었다."

-촬영 후 아이들 멘탈 관리도 궁금하다.
일단 부모님이 늘 함께 계시고, 감독님, 스크립터분들도 다 곁에 계신다. 아이들의 경우 대사를 하면 그냥 귀엽다. 느낌을 알아봤자 얼마나 알까 싶고. 그러다 보니 톤 잡는 게 어려웠는데, 제작진이 먼저 대사를 만진 후 아이들이 연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대사의 뜻을 잘 몰랐으면 좋겠다. '목을 확 비틀어버린다'는 등의 무서운 대사들이 많았다. 또 안타까웠던 건 소재가 무겁다 보니 아이다운 모습을 많이 못 봤던 게 아쉬웠다."

-함께 연기한 '차학연'이란 배우는 어떤가.
"학연이는 기본적으로 저한테 표현을 잘 해줬다. 형 입장에서는 다가오면 좋은 기분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촬영하는 신에서 붙으면 붙을수록 재밌어졌다. 지금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낸다. 연기도 잘 한다. '아이돌 하지 말고 배우 해라'라고 할 정도로 연기력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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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이번 작품과 전작 '검법남녀'에서는 형사 역할, 그전엔 유쾌한 캐릭터를 두 번 했다. 패턴 의도한 것인가.
"생각지도 못했다. 타이밍이 그렇게 맞아떨어진 거다. 이름이 '이이경'이라 그런가.(웃음) 신기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쉼 없이 일하고 있다. 힘들진 않나.
"원하는 일 하면서 돈 버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일할 때 일하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다. 힘들긴 해도 프로젝트성이라 캐릭터가 바뀌면 리프레시 된다. 게다가 워커홀릭이라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한다. 아직 젊으니 들어오는 일은 계속하려고 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장르물도 해보고, 코미디도 해봤는데 그 가운데인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을 것 같다. 로코까지 하면 다양하게 해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로서 확실한 선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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