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승범 스파크바이오파마 대표, 신약 개발 위한 혁신 기술 개발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 겸 스파크바이오파마 대표/사진=한스경제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합성한 다양한 화학 물질을 실험실 밖으로 꺼내고 싶었습니다. 실험실에서의 성과를 신약 개발로 이어가는 것. 이것이 스파크바이오파마를 설립한 이유입니다.”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2016년 문을 연 신약 개발 연구 기업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제약·바이오사와 연구실 중간쯤에 서 있는 회사다.

박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회사의 주요 구성원으로, 실험실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그 성과를 상용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 교수는 스스로를 ‘짱돌’이라고 표현하며 “남들이 제시한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괴짜 기질' 덕분에 신약 개발을 위한 독창적인 기술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의 괴짜 기질은 전공이 약학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 교수의 전공은 화학으로 현재 연구 중인 합성의약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가 학생이었던 30년 전에는 화학과 바이오가 접목된 학문 분야조차 없었다.

박 교수는 “화학을 이용해 생명현상을 연구하고 싶었다”며 “화학 합성이 단순히 연구를 위한 목적에 그치지 말고 이게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신약 개발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까지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신약을 더욱 잘 개발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파크바이오파마 연구실/사진=스파크바이오파마

◆화학자, 신약 개발에 왜 뛰어들었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기존 약보다 효과가 좋은 신약에 대한 니즈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화학합성의약품보다 효과는 뛰어나면서 부작용은 적은 바이오의약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의 세포나 단백질 등을 활용해 만든 약을 말한다. 자연 재료를 이용했기 때문에 화학합성의약품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이렇게 개발된 바이오의약품은 암, 난치성 질환 등에 주로 사용된다.

바이오의약품이 각광 받자 제약사들도 너나할 것 없이 관련 연구에 나섰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 중이거나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의약품은 433개로 396개를 기록한 화학합성의약품을 앞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교수는 화학 교수로 실험실에서 합성을 잘 하는 것에 진을 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 교수는 “제약사나 약학대에서는 약효가 있는 물질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약효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물질을 그냥 막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아니라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약을 공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고, 이것이 혁신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스스로를 ‘칼 장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중식 칼, 일식 칼 등 여러 칼들을 만들어 중국집에는 중식 칼을 주고, 일식집에는 일식 칼을 추천해주는 것이 스파크바이오파마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도구를 연구자에 맞게 제공한다는 의미다.

박승범 교수가 스파크바이오파마 연구실에 서있다/사진=한스경제

◆pDOS·서울 플로어·TS-FITGE로 신약 개발…혁신은 'ing'

박 교수팀이 만든 세 가지 핵심 신약 개발 기반 기술인 ▲pDOS 라이브러리 ▲서울 플로어(Seoul-Fluor) ▲TS-FITGE는 신약을 잘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약사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천연물 혹은 화학물질들을 펼쳐놓고 약효가 있을만한 제품을 검색한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머크는 물론 국내 대기업 LG화학의 경우 이러한 물질들을 약 100만~200만개씩 가지고 있다. 이렇게 물질을 모아놓은 것을 ‘라이브러리’라고 하는데 제약사나 화학 기업에게 이는 큰 자산일 수밖에 없다.

박 교수가 개발한 pDOS는 이러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기반 기술이다.

서울 플로어는 약물 처리에 따라 세포가 나타내는 표현형 변화를 검색하는 형광물질이다. 이 물질을 이용해 약물 합성 후 약효가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TS-FITGE는 약효가 기대되는 저분자화합물의 타깃을 규명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약물이 작용하는 원리를 밝힐 수 있다. 저분자화합물은 당류, 아미노산 등 천연물에서 생성되는 화합물 중 분자량이 1000 이하인 것을 말한다.

즉 pDOS 기술을 통해 연구 대상의 다양성을 확보한 후 서울 플로어로 생명 현상을 독창적으로 모니터링하고 TS-FITGE로 확인한 효능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국가우수연구성과 100선에 선정된 바 있으며 박 교수는 이 기술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약물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이 기술들을 기반으로 LG화학 등 다른 제약 기업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회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6개로 항암제, 치매, 대사성질환 등의 치료제다.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이처럼 여러 업적을 이뤘지만 창업자 박 교수의 욕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아주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제약 업계를 놀라게 해 우리가 이뤄낸 성과가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회사의 미래를 그렸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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