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다시 류승룡의 시대가 돌아왔다. 최근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특유의 코믹 연기를 펼치며 날개를 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시작으로 ‘7번방의 선물’(2013년) ‘명량’(2014년)으로 ‘트리플 천만배우’에 올랐지만 ‘손님’(2015년) ‘도리화가’(2015년) ‘염력’(2017년) ‘7년의 밤’(2018년)의 부진으로 속병을 했던 그다. 부진을 씻어내기 위함일까.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서 작정한 듯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 ‘극한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마약반, 형사 캐릭터는 내가 했던 것과 겹치기도 했지만 합쳐놓고 보니 전혀 안 해본 장르였다. 생소하고 신선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연기를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 극 중 연기한 고 반장 역이 실제 모습과 비슷한가.

“아내를 무서워하는 건 똑같다. 또 자연스러운 농담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후배들에게도 농담도 하고, 진심 어린 조언도 한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우리 배우들이 영화 속 모습처럼 잘 놀았으면 했다. 그래야 꺼내놓지 못한 것들도 끄집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게 놀면서 연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던 것 같다. 일단 말을 많이 안 했다. (웃음) 많이 웃고 직접 차를 타주기도 했다. 참새들처럼 차가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갈 수 있도록 편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하늬는 ‘룡다방’으로 부르기도 했다.”

-팀플레이가 주를 이룬 영화다. 원톱 영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많이 다르다. 전체적인 고민이나 감독과 나누는 대화 등은 같지만 내가 보이기보다는 우리 전체의 모습이 담겨야 하니까. 그런 건 같이 합을 맞추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의 부족함이 우리 배우들과 팀워크로 인해 채워졌다.”

-특별출연한 신하균과 육탄전은 꽤 힘들었을 법한 장면인데.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든 장면이다. 서로 완전히 지쳤다. 둘이 탈진이 된 상태까지 연기해야 하니 너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워낙 신하균이 액션 경험이 많은 배우 아닌가. 더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병헌 감독의 작품은 늘 ‘말맛’이 화제가 되곤 한다. ‘말맛’을 더하기 위해 직접 짠 애드리브가 있었나.

“사실 이번 영화는 큰 부담이 없었다. 이미 80~90%가 완벽하게 설계돼 있는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시나리오가 주는 느낌을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동료 배우들과 화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부러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최대한 그 상황에 진지하게 임했다.”

-올해 기대한 흥행 성적이 있나.

“기대한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실제로도 난 고 반장과 많이 닮았다. 여러모로 열심히 하는데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웃음) 다양한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도 했지만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시대를 잘못 읽었다고 생각한다. 자기반성을 통해 성장하려고 한다. 꾸준하게 일을 하다 보면 성과가 있을 수 있고, 또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극한직업’은 흥행 할 것 같은 감이 왔나.

“‘염력’도 예고편 반응은 좋았다.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 같다. 흥행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겠나. 어떤 작품이든 배우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담겨있다. ‘극한직업’은 관객들이 기분 좋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1970년생으로 올해 50대에 접어들었는데 배우로서 어떤 마음인가.

“기대된다.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40대까지 참 치열하고 아등바등하게 살았다. 이제 적정한 온도로 행복해지고 싶다. 물론 뜨겁지 않다고 해서 열정이 숨는 건 아니다. 이젠 내가 밑에서 불을 달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럴 나이도 됐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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